동성애자 청소년들 “이반 놀이터” 열다
커뮤니티 ‘라틴’ 청소년 이반 인권행사 주최
김영선 기자
2007-08-17 02:08:30
십대 이반(성소수자)이 직접 기획한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행사 “이반 놀이터”가 지난 15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렸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들이 이따금 기획되어 왔지만, 이번 행사는 당사자인 십대 이반이 기획부터 실무까지 도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동성애 인권운동, 십대의 손으로
“이반 놀이터”는 청소년성소수자커뮤니티 ‘라틴’(Rateen)(cafe.daum.net/Rate en)이 주최했다. ‘라틴’은 올해 1월 1일 만들어진 십대 이반들의 인터넷 카페다. 현재 회원이 300여명에 육박해 10대 이반 커뮤니티 중에서도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라틴’은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내면화된 ‘동성애 혐오’를 치유할 수 있는 자료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커뮤니티 운영자 진기씨는 “인권모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단순한 친목보다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한 정보들을 교환하고 교육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반 놀이터”는 ‘라틴’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던 중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의 제안을 받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사이 등 동성애자 권리운동 단체들은 1998년을 시작으로 아홉 해 동안 매년 여름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를 개최해왔는데, 올해는 ‘라틴’이 직접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것.
이번 “이반 놀이터”를 통해 청소년 이반 인권행사가 십대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게 됐다.
10대 레즈비언 4인이 찍은 단편영화 선보여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무렵까지 이어졌고 호모포비아, 종교와 동성애, 커밍아우팅 등을 주제로 한 강의와, 퀴즈, 레크리에이션, 상황극 및 토론 등의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특히 프로그램 중에는 여성영상집단 ‘움’의 주도로 2007년 7월과 8월에 진행된 10대 레즈비언 영상제작 워크숍 “내 친구 엘카”의 시사회도 있었다. 참여자들의 호응이 특히 좋았던 프로그램이다.
“내 친구 엘카” 영상제작 교육을 수료한 이랑, 기기, 성준, 천재 등 십대 레즈비언 4인은 이날 시사회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찍은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십대 레즈비언들이 쓰는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10대 L 용어 나들이’, 엄마와 레즈비언 딸의 관계를 그린 가슴 아픈 이야기 ‘엄마살인미수사건’, 10대 레즈비언 간의 대화를 담은 ‘색안경을 벗어라!’, 호모포비아를 박멸하는 레즈비언 파이터의 활약상 ‘레즈비언 파이터’ 등 10대 이반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아픔, 동시에 자긍심도 함께 담아낸 작품들이다.
‘라틴’의 운영자 진기씨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 중 소수자이고, 성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에) 미성숙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성소수자 단체에서도 건드리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이나 장비 등 문제를 많이 겪었지만, 청소년의 힘으로 해낸 최초의 행사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라틴’은 앞으로 매년 10대 이반 인권행사를 열어갈 계획이다.
※이 기사는 2007신문발전기금 소외계층 매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