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맛이 가진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야 전철 타고 집에 온 탓에
온종일 자다 깨다 했네요... @.@;
사실 예전에 노래패 활동한 적도 없고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데다
막판에 투입돼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동영상으로만 본 작년 공연이
정말 기발하고 귀엽고 재미있어서
기회만 되면 참여해보고 싶었거든요 ^^
물론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 함께 한다는 게
그 자체로서도 어려운 일이고
제가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지만,
바로 그래서 더더욱 해보고 싶었어요.
결국 공연 당일에도 가사랑 음정 틀려서
족팔리고 미안했지만(아, 마구마구 망친 '샹젤리제'...! ㅠ.ㅠ)
혼자서든 여럿이든 연습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었고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소리를 맞추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든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사실 1부 때는 좀 떨렸는데,
오히려 긴장한 덕인지
개인적으로 실수를 제일 덜한 것같네요.
3부로 넘어가면서 너무 덥고 피곤해서 그런지
심지어 평소에는 곧잘 흥얼거리던 대목도
틀리는 경우가 늘었지만,
적어도 웃는 낯은 보이자는 생각에
철판 깔고 넘어갔죠~ ^^;;
(그래도 '맘마미아'같은 경우, 틀린 티가 팍팍 났겠지만요 ㅜ.ㅜ)
여유가 조금씩 생기면서
비로소 객석을 볼 수 있게 됐는데,
관객 반응이 좋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심지어 틀릴수록 소리치고 박수쳐주는 건
정말 고맙기도 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네요 ^_^
게이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신 것같아서
다행이고 좋았구요.
('박을 타자~'라는 대목에서
박장대소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는... *^^*)
제가 원래 공연 보러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직접 해보고나서야
이게 장난 아니라는 걸 실감했어요.
사는 데가 지방이든 서울이든
없는 시간이랑 체력이랑 돈 들여가면서
모여서 연습하는 건 물론이고
곡 선정, 작곡, 작사, 안무,
의상, 장비, 장소 등등
할 일이 태산같더군요 +ㅁ+;
하지만 단장님을 비롯한 단원들은 물론이고
스탭진, 회원, 그리고 관객 여러분
모두 보태고 노력하고 호응한 덕에
작은 기적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게
저만은 아니겠죠? ^_^
더구나 척박한 이 사회에서
우리같은 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 내고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해줄 수 있기까지 하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죠 ^.^
다들 고생 많으셨고,
덕분에 즐겁고 보람 있는 공연 잘 치렀네요.
지보이스가 해마다 눈부시게 발전해서
나중에는 더 큰 무대에 서는
야무지지만 허황되지만은 않은 꿈을 꿔봅니다.
친구사이 화이팅, 게이 만세~! ^ㅁ^
뱀발 1: 아, 그리고 천하의 음치, 박치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명가수가 될 수 있고
사람이 많을수록 힘도 나고 소리도 좋아지니까
다른 분들도 용기 내서 참여하시고 친구분들 데려오시길...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숨겨왔던 끼를 맘껏 풀어내보자구요~! ^^
뱀발 2: 물론 어려운 일인 줄은 잘 알지만,
욕심 내자면 우리 자작곡을 조금씩 늘리는 건 어떨까요?
'벽장문을 열고'야 거의 친구사이 공식 노래랄 만큼
뜻 깊고 감동적이지만,
서정적인 '교정의 추억'이랑 귀여운 '피스맨'
모두 가사랑 곡이 정말 맘에 들었거든요.
게다가 더 중요하게는
바로 지금 여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담은 노래니까요.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 있더라도
가령 외국 게이들이 좋아하는 곡은
우리의 삶, 생각, 느낌하고 100% 일치하진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절묘한 개사곡들도 참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