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동지여!
- 반역의 세월을 뚫고 비는 내려 대지를 적시고
허세욱 동지여!
진달래 개나리 지천에 피고지어
봄은, 이제, ‘오고야 말았음’을 이렇게 환히 외치는데,
동지들 피울음 기어이 즈려 밟고
어찌 이 좋은 봄날 두고 혼자 황망히 가시고야 말았나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 비로소 봄이 온다는 것을,
때되면 저절로 봄이 오는 게 아니라
겨울을 이겨내야 꽃이 피고 비로소 봄이 온다는 것을,
이렇게, 이렇게 아프게 말씀하셔야만 했나요.
허세욱 동지!
먼저 가신 우리 님들 많아, 너무도 많아,
‘이젠 더 이상 죽지말고 투쟁하자’ 고
부둥켜안은 채 입술 사려물고
피울음울며 맺었던 굳은 맹세,
어찌 그리 다 잊고서 기어이 가시고 말았나요.
“망국적 한미FTA 중단하라!” 고요,
“죽으면 화장해 전국 미군기지에 뿌려 밤새도록 미국놈들을 괴롭히게 해달라”고요,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라고요...
분하외다, 동지여!
원통하외다, 허세욱 동지여!
귓가에 쟁쟁한 님의 말씀,
차마 아니 잊고 싸워달라고
싸워서, 피나게 싸워서 기어이 이겨 달라고
그 말씀 차마 잊지 말라고
그렇게도 동지들 가슴에 못질하고 가시고야 말았나요
너무 아픈 동지여, 허세욱 동지여!
이제, 동지를 우리 가슴에 묻으리니,
4천만 민중 7천만 겨레의 피맺힌 가슴에 깊이깊이 묻고야 말리니,
부디 건설하고야 말 노동자 민중세상,
지켜 보소서 두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보소서!
부디,
죽음을 넘어 저 자주와 평등, 통일의 세상에
고이 永眠(영면) 하소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07년 4월 16일.
잠 못 드는 밤, 동지를 가슴에 묻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