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모던보이 2007-03-14 09:30:27
+1 1758


한밤중의 야지 키타 (眞夜中の彌次さん喜多さん, 2005)
감독 : 쿠도 칸쿠로, 일본, 코미디, 뮤지컬, 판타지, 123분


3월 말에 친구사이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강좌가 열립니다. 저랑,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그리고 박진영 프로그래머 세 명이 각기 다른 날 다른 주제로, 한 편의 퀴어 영화를 상영하고, 주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강좌입니다.

제가 맡은 주제는 '세계 퀴어 영화의 최전선으로의 여행'. 뭐가 최전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영화 한 편 틀고 거창하게 주제를 잡아서 사람들을 호객하자는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하시길.

상영작에 관해 며칠 고민을 하긴 했어요. 그렉 아라키의 미스테리어스 스킨 Mysterious Skin, 터키 아타만 감독의 Lola and Billy the kid, 그리고 일본의 '한밤 중의 야지 기타'를 놓고 조금 방황을 했더랬습니다. 미이케 다카시의 '46억년의 사랑'을 구할 수 있다면 단연 이 영화가 이번 상영작으로 꼽혀야 하겠지만, 구할 도리가 없네요. (실은 구했지만, 홍보와 자막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없다는.)

여하간 제가 이번 상영작으로 결정한 것은 코믹 뮤지컬 퀴어 영화인 '한밤 중의 야지 기타'입니다. 세상과의 타협을 기묘하게 아동 성추행에 관한 교훈극으로 대처하고 있는 그렉 아라키의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다소 힘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타만 감독의 'Lola and Billy the kid'는 너무 우울하다는 점에서 탈락된.

지난 번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상영작으로 스폰지에서 상영된 바 있는  '한밤 중의 야지 기타'는 그야말로 코믹과 뮤지컬과 그리고 온갖 총천연색 유치함이 가득한 게이들의 파란만장 서유기 버젼으로 봐도 무방할 겝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쿠도 칸쿠로 감독의 필모그라피가 흥미로운데, 그 악명 높은 B급 영화 '제브라맨',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69' 등의 각본가 출신이지요.

이 영화는 야지와 기타라는 게이 커플이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모 포털의 시놉시스를 그대로 옮겨놓으면,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게이 커플 청년 둘이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그린 황당함이 가득한 판타지 코미디물. 일본 만화 작가 시리아가리 고토부키(しりあがり壽)가 그린 3편의 원작을, 영화 <고>(2001)와 <핑 퐁>의 작가 쿠도 칸쿠로(宮藤官九郞)가 영화화한 그의 감독 데뷔작으로, 원작에 대한 이해나 혹은 영화 전반에 펼쳐지는 짙은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온통 썰렁하고 유치하게 느낄 수 있다.'

시놉시스에 적힌 대로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평가가 엇나갈 수 있긴 합니다만, 하이브리드 장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유치함을 미덕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문화적 관용만 갖추고 있다면 기절초풍할 유머로 가득한 영화로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겝니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멋진 환상극이지요. 야지와 기타가 두 손을 잡고 우스꽝스러운 토끼걸음으로 에도 시대의 시골길과 21세기의 신주쿠 거리를 뛰어다니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강추입니다.

우리의 동아시아 꽃돌이 츠마부키 사토시의 우정 출연 씬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강좌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곧 공지 올립지요.




















야매 키타 2007-03-14 오후 17:26

이거... 졸라재밌어요^^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5204 멕시코 팝 가수의 커밍아웃 게이토끼 2007-03-16 3498
5203 최초의 詩 +4 모던보이 2007-03-16 1138
5202 하악하악, 돌멩이 언니 사랑합미다 +1 안티돌멩이 2007-03-16 822
5201 3월 16일(금) 오후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윤 가... +1 나누리+ 2007-03-16 754
5200 퀴어 단편 영화 보기 [Dare] +1 안티개말라 2007-03-16 1079
5199 '성가신 옛애인들' +12 데이 2007-03-15 1800
5198 어디가나 국방부에는 꼴통들만 있는건지... 뉴스걸 2007-03-15 649
5197 200 +5 염장질제보녀 2007-03-15 824
5196 요즘 우리 대표는 +5 기즈베 2007-03-15 985
» 한밤중의 야지 키타 +1 모던보이 2007-03-14 1758
5194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매체 Queerfly를 후원해주신... +2 물이불 2007-03-14 993
5193 [사무실 여담]안타까운 것들. +2 돌멩e 2007-03-13 964
5192 3월 봄이나라 쿠폰-보이도록 수정했습니다~! +2 차돌바우 2007-03-13 1138
5191 나에 대한 책이 나왔네요. +12 게이토끼 2007-03-12 1216
5190 게이 패러디 +1 안티기즈베 2007-03-12 6914
5189 전화 불통 사유서 제출 요구 +2 휘파람 2007-03-12 932
5188 네 엄마를 게이바에 데려가 +3 돌아온 추적걸 2007-03-09 1524
5187 가람님만 보세요 +3 모던보이 2007-03-07 912
5186 <속보> 안게모 대표를 추천해 주세요 +6 잘팔리나게이 2007-03-06 1166
5185 이스라엘 경찰, 게이 폭행 용의자 일곱 명 체포 +3 게이토끼 2007-03-06 1172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