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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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울렸던 사람들이 있다.
당시 한 형은 그 모임에서 그야말로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그 형으로 인해 한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미수에 그쳤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일희일비가 재빠르게 오갔다.

그 형의 인기비결은 지극히 간단한데
바로 대단히 남성적인 데다 남성다운 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형이 오토바이를 몰거나 근육으로 뭉쳐진 몸을 은근히 보일 때
자지러지던 사람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다가 이반 세계에서 자주 그렇듯이
언제 어느 순간에 그 형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당분간 그 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 형을 회자하다가
이윽고 그 형은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최근에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그 모임에서 나름대로 친하게 어울리던 한 친구였다.
그가 몇 년 만에 내게 전화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 형 때문이었다.
최근에 벙개를 했다가 그 형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만났다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쯤이 된 그 형의 몰골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그 친구는 호들갑스럽게 내게 이야기를 했다.

근육질 몸은 살이 잔뜩 붙어버렸고
안색은 의기소침한 데다 힘이 없어 보였고
목소리조차 지극히 허스키해서 과거의 ‘땍땍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에게 그 형의 달라진 외모와 얇은 목소리는
완전한 몰락으로 비쳤던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살도 찌고
피부도 쭈글쭈글해지고 운동도 덜 하게 되고
배도 나오고 엉덩이도 쳐지고
삶의 그늘을 많이 봐서 얼굴의 안색이 우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성적능력도 적잖게 퇴화할 것이다.
하지만 흔히들 외모의 변화로 그 사람의 인생을 싸잡아서
타락이라고 단정 짓는 태도는 씁쓸했다.

물론 이러한 마음에는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의
거만한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모가 출중하거나 남성적인 사람이
그처럼 사람 귀한 줄 모르고 비싸게 행동했던 이유에는
그러한 사람들의 비위를 철저히 맞춰주던 사람들의
방정맞음도 한 몫 했을 듯하다.

나처럼 별다르게 외모 때문에 득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차피 외모 덕택에 좋은 기회를 누리는 꿈은 포기한지 오래이고,
또 그러한 킹카들을 사귀는 꿈까지 포기했으므로
내게 외모는 약간 낯선 부분이다.

얼마 전 벙개를 했을 때 30대 중반의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자신이 성적인 자세를 위에서 움직이기 좋아하며
한 번 만났던 사람들이 자꾸 전화를 해서 귀찮으며
크루징을 목적으로 술에 취해서 이반사우나에 갔을 때
한꺼번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을 탐욕스럽게 만지기 위해 개떼처럼 덤볐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 사람 말을 지극히 정성껏 경청하는 척 하다가
맨 마지막에 여관이 아닌, 각자의 집에 가자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함으로써 짜릿한 순간을 가졌다.

취향의 다양성을 이반세계가 골고루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같은 추남 혹은 폭탄도 좀더 재밌게 살 텐데.
사람들은, 이반들은 뭘 모르나 보다.


중년게이 2007-01-16 오후 22:02

음... 삼십대 초반이라면 한창 팔팔할 청년기인데 '몰락' 이라니... 이것 참. ㅠㅠ

누구게? 2007-01-16 오후 22:58

시공초월 절대미모와 차원을 넘나드는 지성을 보유한 저로서는 겁날 것이 없답니다.
오호호호홋~~

Steve 2007-01-17 오전 01:06

서로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절실하죠...
그런면에서 친구사이 소모임도 큰 역할을 하느거 같네요.

익명녀 2007-01-17 오전 05:11

저는 그 분이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 분이...

그분 2007-01-17 오전 05:16

감사합니다. 익명녀님...
훙...하여간 눈은 높으셔갖구...깔깔깔깔~~

스노우맨 2007-01-17 오전 06:21

추남 폭탄의 기준이 따로 있나요 -0-;
각자 서로 원하는 취향도 다른데... 매직님이 왜 폭탄이라고 하시는건지;;;
어는 사람에게는 최악이 되도 어느사람에게는 최고가 될거 같은데..
누가 자신을 사랑하라고 그랬었는데
행복하세요 ~-0-!!! 꼭 뒤에서 응원해드릴께요

뽀할 2007-01-17 오후 12:42

허허허.. 이반사회만이 아니라 이 사회가 그런걸요.. 어쩌겠어요...

설록 2007-01-17 오후 23:16

이반사회는 일반사회보다 더욱 외모중시경향이 짙은 듯한데요,
결혼이데올로기나 애인 덕에 신세 고치는 경우는 어려우니
차라리 즐길 때 다홍치마와 놀고 싶은 마음이 강한 듯한데요.

취향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폭탄은 괄시 받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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