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있었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시위대와 경찰사이에 적잖은 충돌이 있었다.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더이상의 폭력시위는 안된다며 시위대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난리다. 많은 네티즌들 역시 덧글을 통해 폭력시위를 비난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 다들 가두어라는 등.. 꽤나 격력한 표현까지 오고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위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왜 시위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어린시절, 내가 살던 고향에는 큰 공단이 있어 노동자들의 시위가 빈번히 있었고 유혈사태로 번지는 경우도 허다했었다. (시위가 있을 때는 어머니께서 집 밖에 못나가게 하셨기 때문에 그 현장을 제대로 본적은 없다.) 하지만 당시 어린 난 그냥 시위가 싫었다. 밖에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하고 위험하고 매캐한 냄새가 근처에 진동했기 때문이였다. 문제가 있다면 그냥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되지 왜 저렇게 격렬하게 데모를 하고 싸우는지 난 이해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나이가 들어서도 그랬다. 왜 그런 격한 시위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보다는 겉으로 비춰지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애인이 과거 꽤나 유명한 학생운동권이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어느정도였는지 따로 말할 필요는 없을거 같다. 하지만 나의 이런생각은 애인의 과거 학생운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바뀌게 되었다.
시위에서 보이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기보다 그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를 바라보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의를 지키며 말을 해서는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시위를 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위라도 해야 그나마 상대편에서 이쪽에서 심각하다는 걸 인식한다는 거 또한 알게 되었다.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말이 안통해서 시위를 해서라도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건데 그거조차 못하게 억누르다보니 감정이 폭발해 폭력사태가 일아나는 것이였다.
이번 FTA시위도 마찬가지 인거다. 말로 했는데 안통했고 그래서 시위를 했는데 그거조차 못하게 하니깐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폭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도 잘못했지만 그렇게 만든 원인이 더 잘못이라는 것이다. 시위를 한사람들을 무조건 적으로 비난하고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또한 말해주고 싶다.
먄약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생존권을 아무런 대화와 합의없이 가져간다면 당신은 가만히 있겠냐고.. 말도 안통하고 전국적인 시위를 했는데도 안먹힌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정부가 그들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예의만 지켰더라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