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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치열한 사랑 <후회하지 않아>

2006.10.23 / 송순진 기자


옴니버스 독립영화 <사자성어><동백꽃> 등으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왔던 이송희일 감독이 장편영화 <후회하지 않아>(제작 청년필름)를 내놓았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될 당시 전회 매진과 더불어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후회하지 않아>는 11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23일 용산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 앞에 나섰다.

<후회하지 않아>는 두 남자의 힘겹고도 치열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고아원에서 자라며 어렵게 살아온 수민(이영훈)은 대학에 가려는 꿈을 안고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나 사회 밑바닥을 맴돌게 될 뿐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공장 노동자, 대리 운전기사, 레스토랑 접시닦이를 전전하던 수민은 생활고에 지친 나머지 동성애자들을 상대하는 '호스트바'에 흘러들어 간다. 한편, 재벌 2세이자 결혼을 앞둔 재민(이한)은 우연히 수민을 알게 된 후 호감을 품게 되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아픈 사랑을 시작한다. 신분 차이 때문에 재민을 거부하던 수민 역시 차차 진실한 마음을 받아들인다.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스스로 자신의 영화를 '1970, 80년대의 이른바 호스티스 멜로물의 퀴어버전'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익숙한 멜로 드라마의 공식에 충실히 따르면서 두 남자 주인공이 빈부 격차와 사회적 편견을 스스로 이겨내고,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게이 멜로'라는 외피 이상의 사랑에 관한 설득력을 획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사회 무대 인사에 나선 이송희일 감독은 "원래 지난 여름 <괴물>과 맞붙으려 했는데 후반작업이 늦어져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18세 관람가. 11월 16일 개봉.



After Screening
이 영화의 이야기는 주인공들만 게이일 뿐이지, 아주 아주 노골적으로 통속적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쉽게 통속적이라 그렇고, 계급 모순과 도시성의 굴레에 갇혀 있는 한 게이들의 사랑도 통속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송희일 감독이 호스티스 멜로의 통속적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른 것은 퀴어 영화 연출의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강력한 정공법이 됐다. 이안이 아메리카의 복받은 풍광을 병풍 삼아 했던 얘기를, 이송희일은 서울의 뒷골목 냄새까지 꾸역꾸역 삼키면서 못지 않게 감동적으로 한다.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작품이 나왔다. 최광희(FILM2.0 온라인 편집장)

동성애자 관객이라면 빠져들면서 볼 수 있는 사랑이야기로 보인다.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부잣집 아들과 호스티스의 사랑 이야기가, 부잣집 아들과 호스트의 사랑 이야기로 바뀌면 그 외연으로부터 다른 공기를 품게 된다는 점을 깨우쳐주는 퀴어 영화다. 하지만 동성애가 보여주는 사랑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거나 동성애를 옹호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로부터 영화는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한국 퀴어가 조금 더 가벼워져도 되지 않을까. 송형국 (경향신문 기자)

펌. 2006-10-24 오후 23:17

'필름 2.0'의 허지웅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후회하지 않아>

훌륭한 상업멜로영화. 사회성과 섹슈얼리티, 계급적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 70년대 호스티스물의 게이버전, 이라고 단순화시키면 설명하기는 편할지 몰라도 어딘가 좀 모자란 느낌이다. 어찌됐든 이 영화에는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성 역할을 벗어난 이야기와 캐릭터가 존재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순간 영화는 (그 내용이 아무리 통속적이라 할지언정) 더 이상 통속적이지 않다. “게이가 등장하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위대함을 빛낸 통속물”이라는 식의 비겁한 텍스트 분석을 여기에도 적용하는 건 이제 좀 지겹다. 표현수위나 내용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아>는 <브로크백 마운틴>과는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성취하는 지점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좀 엉뚱했던 건 “욕망은 보이는데 계급은 안 보인다”는 지적과 “한국퀴어영화는 좀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반응인데, 전자는 과연 영화를 보긴 본건지 의심스러웠고(그럼 거꾸로, 이 영화에서 계급갈등을 빼면 뭐가 남는데?) 후자는 게이가 등장하는 가문 시리즈 속편이라도 염두에 둔 발언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욱 정치적 올바름과 자의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들려 이건 뭐야? 싶었다. 쓰다 보니 아니 이건 흡사 프리뷰가 될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이지만, 어찌됐든 무척 즐거운 상업멜로영화였다고. <퀴어 애즈 포크>의 브라이언을 꼭 닮은, 아니 정확히는 그 피곤한 눈매와 섹시한 목줄기를 닮은 수민역의 배우 이영훈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린다. 사랑고백은 아냐.


모두 후회하지 않아 공식 블로그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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