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오기 몇일 전, 아마도 지난 목요일이나 수요일 정도 되었을 것 같은데,
외로움에 못이겨 올만에 채팅질을 하고 있는데 이 어찌나 화목한 분위기이던지
친구사이에서 떨던 끼의 백만분의 일만 떨었음에도 불구하고, 챗방안의 분위기가
넘넘 화목해진거였지!
그러다가 어떤 동갑내기가 작업을 걸지 모야~~
에휴...채팅에서 건진게 어련하겠어 하면서 그냥 기대두 안하구 있었는데
갑자기 띠리리리리~~하는 전화벨소리가 울리지 않았겠어?
그래서 전화를 받았더니 전화번호가 이상야릇하더라구...
전화를 받았더니 중국에 출장간 그 동갑내기가 전화를 한거지 모야~
어쨋든 목소리는 들어줄만했지만, '속지말자, 챗팅매너! 믿지말자, 전화목소리!'라는
신념하에 귀국한다는 일요일날 보기루 했쥐...
점심먹구 가라는 부모님의 권고를 쌩까고 오로지 남자한번 만나보겠다는
일념하에 부리나케 올라왔더니 약속이 있다고 저녁에 만나자네.
그래서 이래저래 파워포인트를 끄적거리면서 일감을 처리하고 있었쥐...
그랬더뉘 이노무 자쉭이 밤 11시 넘어서 끝날 것 같다구 그래서...
포기하고는 '박복한 년이 무슨 남자야~~'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11시 정도에 대학로에 와있다니 무조건 나오라지 모야.
무슨 똥배짱인가 하구 나가봤더니 나름 생긴것도 귀엽고, 덩치도 있고,
딱 좋아하는 스탈은 아니더라도 기준점 이상은 되는 남자였었다지...
그래서 대학로 나무요일에서 맥주 두어병을 마시다보니 알고보니 잘나가는 성형외과의
잘나가는 의사였지 뭐야~
'이쁜 게 능력두 있어요'라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엄마는 이탤리, 형은 독일,아빠는 또 어디' 아주 다국적으로 살고 있는 가족이지 모야.
'이쁜 게 능력두 있는데다가, 집안도 좋아요~' 라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
애가 이쁜 데다가 덤으로 능력도 있으니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인권운동과 관련된 활동을 한적은 없었지만 나름 생각하는 것도 제대로
박혀 있는 데다가 나처럼 동네 방네 커밍아웃 다하고 다니고 있는 뇬이어서
겉으로는 조신한 척 하면서 꽤나 속으로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지...
게다가 상대방도 그다지 반응이 나쁘지 않았거든...
하긴 이 미모와 지성에 넘어오지 않는 눈삔 남자들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그래서 오늘 10시부터 수업이 있었지만, 가볍게 쏘주한잔 더하자구 해서 비싸지도
않은 소주집에 들어갔는데 나름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잘 통하고, 가치관도 점점 나랑
오버랩이 되서 이 정도면 괜찮네하고 생각하며 다음에 한번 더 만나볼까 생각을
하다가 오늘 일정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직 끝내놓지 못한 일이 있기도 해서 담에
만나자구 하고 나와서 멋지게 나와서 계산대에 섰는데....
사건은 여기서 터진거지...당연히 1차를 샀으니 내가 사야 하는데, 갑자기 오후에
누나가 가게에서 쓸 몇가지 식재료를 샀을 때도 아무문제 없이 썼던 카드가 말을 안듣네
헉...하고 놀란 순간...저눔이 혹시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언능 직불카드를 내밀었는데 유럽에서도 아무문제 없이 썼던 국제직불카드가
또 안되는 거였지.
그런데 아뿔싸...집에서 연구비 정리하면서 현금을 다 연구비 정리하면서 빼놓고
나온 거였지 모야. 이런 개쪽이....ㅠ.ㅠ
결국 그 친구가 2차도 계산하고, 편의점에서 현금 뽑아준다는데도 도망치듯 사라지는데
인생이 어찌나 허무하던지...쪽팔리기두 하구...
갑자기 수십개의 속담들이 눈앞을 지나가는데 나는 마치 국문학도가 된 듯 싶었어~
'다된밥에 코빠뜨리기',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등등...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돈 뽑아서 걔가 결재한거 취소시키고는 현금으로 계산하고
집에 들어오는 택시안에서 들었던 생각은 늘상 그러하듯이
'아직 때가 안된걸꺼야. ㅠ.ㅠ' 였었지 모겟어...
그러고도 쪽팔림과 짜증남과 울화통에 밤새 잠도 못자고 3시간짜리 수업을 두개를
듣고 연구실에 앉아 있자니, 속도 쓰리고, 인생도 허무하고...
정말 접싯물에 코박고 디져버려야 할 거 같애. ㅠ.ㅠ
결론적으로 누가 나 남자하나만 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