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숙사의 옆방에 헝가리에서온 18세의 장교지망생이 있다.
틴에이저답게 뽀얀 피부와 날씬한 금발머리의 이 총각은 그 동유럽 남자들
특유의 딱딱한 영어를 구사하며, 첫인상은 무척 싸가지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인상이었다.
그의 영어는,처음에 대화를 나눌때는 많이 경직되고 딱딱하단 느낌을 주었지만
점점 거기에 익숙해지니 어느새 매력있게 들린다.
오늘 저녘엔 저녁먹으러 식당내려가자고 문을 두드리는데,,, 그 허여멀건한
면상을 쭈삣 내밀고는 “왓 첩 (what’s up)?”이라고 절도있게 대답하는 것이
어찌나 섹스어필을 하던지…
밥을 먹고 우리방에서 이태리애랑 스페인애랑 일본애랑 같이 보드카를 마셨다.
방안에서 우리의 대화주제가 러시아의 겨울로 옮겨가고 이어서
무슨옷을 사야 모스크바의 겨울을 무사히 날것인가에 대해 얘기의 초점이
모아지자, 헝가리 청년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잠깐 기다리라며 자리떴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크라이나산 검정 가죽 코트를 걸치고
우리앞에 와서 거수경례를 하며 너스레를 떠는게 아닌가.
그 모습이 완전 영락없이 무자비하고 냉혈한의 KGB스파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차가우면서도 매력있는 녀석의 인상은 지울수가 없었다.
그 헝가리 청년처럼 머리는 작은편이면서
날씬하고 큰키를 가져야만 아마도 그옷을 그렇게 섹시하게 소화할 수 있으리라.
내 룸메이트인 능글맞은 스페인 총각이나, 약아보이고 하늘하늘한 이태리 총각
보다는,아무래도 우리나라 육사생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헝가리 청년은
마치 영어도 러시아어처럼 하지만 왠지 풋풋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