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다녀와서 몇 자락 끄적임미다.
1. 착하고 생각이 깊고 부지런하기까지 한 소녀 '오동구'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성장영화.
2. 꽤 영리한 영화다. 트렌스젠더라는 민감한 소재를 선정적이거나 희화화시키지 않고 그렇다고 심각하지도 않게 풀어간다.
동구의 성정체성이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씬들에서도 내생애가장아름다운 일주일 등의 게이씬에서 흔히 발생하곤 하던 일반 관객들의 야유(?)는 없었다.
여기서 드는 여전한 의문점. 왜 사람들은 게이-레즈비언에 대해서는 그토록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트렌스젠더에 대해서는 관대한 걸까?
3. 김대우 감독의 '음란서생'에서 그랬듯 시나리오작가 출신 감독작품이라는 흔적(말하자면 과욕)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두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고 또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냥 사회성이 가미된 성장영화로 밀고나갔음 깔끔했을 텐데 캐릭터코미디+신파+가족애+스포츠+댄스+성정치학까지 다 건드리며 통일성을 방해한다. 솔직히 코미디는 별로 웃기지 않고 신파는 뜬금없다. 폭력장면은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에 비추어 너무 잔인하다.
비슷한 분위기의 '발레교습소'나 '돌려차기'등 보다는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그래도 '빌리 엘리어트'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하다.
4. 캐릭터들은 독특하고 연기도 괜찮다. 다만 감독 역할인 백윤식의 카리스마는 새로운 맛 없이 모호하고 일어선생역할인 초난강은 심하게 안쓰럽다. 웃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냥 한국배우를 쓰는 게 훨씬 나았을 지도 모른다.
대신 주연 소녀 류덕환과 아버지역을 맡은 김윤석의 연기는 리얼하다. 코믹감초 문세윤을 비롯한 씨름부 멤버들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보여준다.
5. 마침내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오동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라스트씬은 근래에 본 영화중 단연 최고였다.
결론
아버지 역할의 김윤석. 개망나니 마초로 나오지만 식된다.
살빠진 류덕환도 귀엽다.
초난강, 문세윤, 백윤식, 이언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