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태훈 기자는 최근 발간된 방현희의 소설집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제목으로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읽지 말 것'이라고 썼다.
기사 내용을 보면, '건전하고 정상적인 행동과 사고방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면 이 소설을 읽지 말 것'이라는 표현도 과감하게 사용되고 있다. 언뜻 뒤집어 생각하면 방현희 소설이 노리고 있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가로지르기'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기사 내용 속에는 그 어떤 구체적 설명도 들어가 있지 않다.
단지 '그녀가 이토록 위악을 부려가며 깨고 싶은 것은 ‘정상적’이란 말 속에 깃든 완고한 관습일 지도 모른다.' 라고 단 한 구절 선심을 베풀고 있지만, 오히려 제명과 기사글의 뉘앙스는 그 완고한 관습의 결정체인 정상성의 개념을 다시 공고화하고 있을 뿐.
김태훈 기자는 말 그대로, 소위 이성애주의의 '정상성'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를 비롯한 타자화된 사랑 방식 사이에 위계의 빗금치기를 하고 있는 것.
김태훈 기자에게 : 그렇게 촌스러운 패악의 '정상' 개념에 사로잡힌 자가 문학 기자라니, 그저 조선일보스러운 사고에 경의를 표할 따름. 나는 당신과 당신의 독자들에게 이렇게 대꾸해야겠다.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조선일보를 읽지 말 것.
추신 : 관습일 지도 ------> 관습일지도. 국어의 띄어쓰기와 맞춤법에 평소 편집증을 가지고 있는 조선일보의 문학 기자라는 사람이 그런 기본도 없는 국어실력으로... 뭔.
헉헉, 찍~!
기사 전문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읽지 말 것
바빌론 특급 우편
방현희 소설집|열림원|302쪽|9500원
[조선일보 김태훈기자]
건전하고 정상적인 행동과 사고방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면 이 소설을 읽지 말 것. 수록된 10편의 이야기가 근친상간, 동성애, 편집증적 사랑 등으로, ‘선량한(?)’ 독자의 심사를 내내 불편하게 할 것이다. 작가는 한 술 더 떠 “내게 비정상인은 정상이 되고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이토록 위악을 부려가며 깨고 싶은 것은 ‘정상적’이란 말 속에 깃든 완고한 관습일 지도 모른다.
첫 번째 이야기 ‘바빌론 특급 우편’에서 작가는 사랑의 절대성을 부정한다. ‘그’는 어머니를 업고 산책을 나간다. 늙은 어머니는 깃털처럼 가벼워져 가지만 팔과 다리는 고집스럽게 아들의 등을 조인다. ‘그’의 기억을 통해 드러나는 모자관계는 충격적이다. 대입시험을 치르고 난 뒤 아들은 술에 만취해 어머니를 강간한다. 단 한 번의 사고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그를 억누르는 트라우마(trauma:영구적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가 된다. 그는 무의식의 멍에를 벗기 위해 어머니를 유기하고 새 여자를 찾아 나선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런 극단의 결말에 대해 “작가의 의도는 ‘교환 가능한 사랑’에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에 다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고 믿는 순간, 그 사랑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 사랑하는 두 사람을 속박한다. 이 소설에서 어머니는 속박의 이미지다.
‘말해줘 미란’은 작가의 의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암캐 ‘미란’에게 “아빠”라는 말을 가르치려 애쓰던 남자가 묘령의 여인을 겁탈하려다 붙잡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개에게 말을 가르치는 장면과 치료장면이 교차되며 “아빠”는 “아파”가 되고, 그의 폭력때문에 아내가 가출했음이 밝혀진다. ‘미란’은 아내의 이름이었다. ‘아빠’가 ‘아파’로 바뀌는 말장난 속에 사랑을 향한 병적인 집착이 초래하는 비극을 볼 수 있다. 이밖에 ‘연애의 재발견’ ‘13층, 수요일 오후 3시’ ‘녹색 원숭이’ 등에서 그려지는 동성애도 ‘관습적으로 도식화된 사랑’에 대한 반항으로 읽힌다.
(김태훈기자 [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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