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오늘은 햇빛이 눈부십니다. 하늘은 매서울 정도로 청명하고 구름 한점 없지요. 그 햇빛속을 걷다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너무나 곱고 고운 하늘입니다. 산들바람이 내 옷깃을 스치고 나의 팔을 타고 올라 내 귀를 통과합니다. 아주 맑고 기분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와 같이 죽어주시겠습니까?

'우리 섹스하지 말고 죽을래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어느 감독의 어느 영화를 보면 여관에 들어서서 긴장된 순간에 남자는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쑥스러운 상황에서 튀어나온 예기치 못한 말에 나는 박장대소했지요. 그런데 그 남자 얼마쯤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나는 밥을 먹었다' 우리는 단지 이렇게 뭐뭐했다 라는 식으로 단순히 귀결되는 것을 삶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어느날 점심에 나는 김칫국과 오이무침에 밥을 먹었는데 무엇이 잘못 됐는지 저녁에 배탈이 나 꼬박 이틀간 잘 먹지도 잘 마시지도 못하고 끔찍하게 고생을 했습니다. 나는 그때 그저 오이무침이 상했나보다라고 생각했었지요.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다 반찬으로 나온 오이무침을 보고 그때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당시에 난 어찌됐든 먹어야 산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반찬들을 꺼내놓고 혼자 밥상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억지로 밥을 한 숟갈 가득 떠 입에 넣고는 우적우적 씹어서 삼켰지요. 밥은 생각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때 되면 먹는 것이며 기분이 괜찮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항상 밥은 먹어야 하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나는 성실히 따르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딱 세 숟갈까지였습니다. 한번 멈춰버리니 암만 애를 써도 더 이상 밥을 숟갈에 떠서 입 속으로 밀어 넣는 게 힘이 들었습니다. 음식이 잘 안 넘어가서 물을 한 컵이나 다 마셨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기 훨씬 오래 전부터 이미 다른 것을 씹고 있었습니다.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건 침식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것이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더 이상 생각이란 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행해집니다. 밥을 떠서 입에 넣고 몇 번 씹은 다음에 삼킨다는 행위는 나도 모르게 정지해버렸습니다. 가만히 있기보다 무언가를 하면 그나마 기분이 나을 것이라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건 그저 시간을 좀 더 수월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일 뿐입니다. 왜 아직도 한알만 먹으면 배도 부르고 영양도 충분한 알약은 시판하지 않는지 제약회사를 원망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런 일밖에 없었습니다.

잠자는 피로와 잠깨는 피로를 견딜 수 없는 까닭에 슬픔도 없이 자살한다던 샤를르 보들레르의 말을 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주 멍청이였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나는 자살을 꿈꾸고 있습니다.

삶은 고통이다. 삶은 공포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행해진다라고 말한 유명한 러시아 소설가는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나봅니다.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견디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듭니다.

'언젠가는 나아질꺼야' '언젠가는 다 괜찮아질꺼야' 따위의 거짓말을 스스로도 진짜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의 이야기를 나는 믿지 않습니다.

세상엔 늘 고통받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힘든 종류의 사람들. 그들은 끊임없이 중독될 것들을 찾아헤맵니다. 술, 담배, 약물, 카페인.. 중독이란 만성화된 자기증오이며 곧 만성화된 자살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지요.

이따금 다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낯설어집니다. 나는 꿈을 꿉니다. 내가 눈을 감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낡아버리고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멈춰버린 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까만 대나무 숲에 누워있습니다. 수풀사이로 맑은 피처럼 붉은 햇살이 드러납니다. 심장소리처럼 쿠웅하고 울리는 땅의 진동으로 내 어깨에 앉아있던 우유처럼 순결한 새하얀 나비 한마리가 날아갑니다. 물결치는 곡선을 그리며 나폴나폴 날아가는 나비. 그 나비 앞엔 영롱한 빛을 발하는 주황색 바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미의 남자 2006-05-26 오전 02:23

검찰, 지미의 자살 사이트 가입 요청, 전격 수사하기로.

이쁜이 2006-05-26 오전 02:37

6월 10일날 우리 '방' 예약하거 알고 있지?

ㅋ 이게 위로가 될려나 ?

개말라 2006-05-26 오전 03:14

나도 방 예약해줘... 매일 밤...

이쁜이 2006-05-26 오후 21:32

개말라, '마님' 옆 방 예약에 몸 둘바 몰라...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4164 인성아, 사랑해 +7 홍보녀 2006-05-27 588
4163 이성애자 퀴어퍼레이드 참가단을 모집합니다 +11 홍보녀 2006-05-26 511
4162 내 인생을 심플하게 만들기!!! 퀴어문화축제 2006-05-26 537
4161 흠... +2 홍보녀 2006-05-26 842
» 저와 같이 죽어주시겠습니까? +4 Jimmy 2006-05-25 874
4159 유민석군 재판이 오늘3시로 바뀌었네요. 혜성 2006-05-25 599
4158 가람 씨, 이제 우리 헤어져요 +3 개말라의 남자 2006-05-25 744
4157 [데일리안 보도] 유럽 전역 “동성애 커플” 법적 ... +2 벼리 2006-05-24 746
4156 발견 모던보이 2006-05-24 577
4155 정기모임 나오면, 개말라와 가람이 준다 +2 몽정녀 2006-05-24 683
4154 정기모임의 앞풀이, 금요일엔 친구사이 운영위원... 사무국 2006-05-24 537
4153 <b>5월 말의 즐거운 수다, 친구사이 정기모임!</b> +1 사무국 2006-05-24 563
4152 동성애자 결혼, 유럽이 들끓는다 개말라팬클럽 2006-05-24 569
4151 친구사이 오프라인 가입 홍보녀 2006-05-24 508
4150 민석군의 재판날이 금요일이 아니고 목요일입니다... +1 혜성 2006-05-23 653
4149 묘동호모객잔의 새일꾼을 찾습니다 +11 홍보녀 2006-05-23 621
4148 그 여보의 남편은 여자? +1 선게이서울대표 2006-05-23 725
4147 동성연애 병 아닐까요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2 선게이서울대표 2006-05-23 789
4146 아주 특별했던 일요일 +6 관객대표 2006-05-23 601
4145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규탄과 군 당국의 조... 기즈베 2006-03-04 201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