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행사, 개말라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처음 입고 나갔는데 말이에요. 가람씨가 그만 제 옷에 촛농을 떨어뜨렸지 뭐예요. 어떻게 지우는가 싶어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해봤더니 양쪽에 종이를 대고, 다리미로 살살 문질러 보라네요. 근데 우리 집엔 다리미가 없거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공 20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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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에요.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건 가람의 의도가 담긴 행위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개말라가 나에게 준 생일 선물에 의도적으로 촛농을 떨어뜨려 자신의 질투심을 충족시켰달까, 뭐 그런 의심 말입니다. 가람군이 촛농을 내 몸에 떨어뜨리는 순간 전 개말라의 얼굴을 봤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촛농처럼 뚝뚝 떨어지더군요. 하여튼 이 놈의 식을 줄 모르는 잉끼.
어쨌거나 가람 씨, 이제 우리 헤어져요. 그리스 신화에 보면, 잘 생긴 큐피트가 자신을 보지 말라고 그렇게 충고했건만, 방정맞은 프쉬케가 촛불로 큐피트의 모습을 보려다 그만 얼굴에 촛농을 떨어뜨리고 말지요. 결국 사랑의 신 큐피트는 멀리 떠나 버리고, 프쉬케는 산 넘고 강 건너며 산전수전 오만가지 고생을 하면서 큐피트를 찾아 헤매다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어린이용 그리스 신화에 보면, 나중에 큐피트가 지옥의 신 하데스의 품 안에서 프쉬케를 다시 살려내서 해피 엔딩으로 귀결되긴 합니다만, 이 결말에 대한 판본은 엔딩을 달리한 채 꽤 여러가지 버젼이 존재합니다. 물론 비극의 버젼도 존재하죠.
암튼 내 몸에 촛농을 떨어뜨린 마조히스트 가람 씨, 우리 이제 헤어져요.
Basement Jaxx | Broken Dreams
가람씨. 그렇게 헤픈 남자인 줄 몰랐어요.. 흑~
# 개말라의 남자님. 그럴 때는 그냥 세탁소에 맡기세요.
아니면 저를 향한 님의 뜨거운 마음을 다리미 대용으로 사용하시든가...
(내공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