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안티차돌바우 2005-04-08 12:02:56
+4 791
TV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켠’에게 숨어있는 ‘퀴어클리셰’… 엉뚱하고 묘한 행동으로 웃음 증폭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성소수자의 존재 양식은 대중매체 속에서도 비슷하다. ‘숨어 있는 1인치’처럼 잘 보이지 않는 퀴어(Queer·성소수자) 코드를 텔레비전에서 찾아내는 일은 대중매체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씨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 퀴어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웃는다’.

마침내 한국 공중파 방송에 완벽한 게이 캐릭터가 나타났다. 문화방송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11시에 방송되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켠’(이켠 역)이 바로 그 캐릭터다. 단순한 ‘바보’로 오해되기 십상인 켠은 알고 보면 매우 ‘퀴어’하다. 켠의 캐릭터에는 끝없는 공주병부터 도저한 느끼함까지, 퀴어 클리셰(Cliche·관습적 특징)에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 켠은 숨기면서 드러낸다. 혹은 드러내면서 숨긴다. 현실의 동성애자들이 대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면에서 오히려 숨은 퀴어 캐릭터는 아이러니한 리얼리티를 얻는다. 게이 캐릭터를 노골적으로 내세우기 힘든 현실이 켠의 캐릭터를 모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제약이 켠의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것이다. 켠은 게이다! 아우팅(동성애자를 커밍아웃시키는 일)이 왜 근거가 있을까?



△ <안녕,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들이 루마니아에서 서울로 피신해 왔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켠, 프란체스카, 두일, 엘리자베스, 소피아.


‘3척3무’ 백치미에 메트로섹슈얼 이미지


켠은 첫회부터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였다. 자꾸 여성들을 따라했다. 집을 보러 온 프란체스카(심혜진)가 두일(이두일) 보고 “여보, 나도 이 집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하면 켠도 똑같이 따라했다. 얼핏 말실수를 가장했지만, 켠의 ‘남다름’이 슬쩍 드러났다. 켠은 ‘3척, 3무’를 실천한다. 3무는 경계 없음, 생각 없음, 걱정 없음이다. 좋아하는 데 남녀의 경계가 없고, 무슨 일을 하건 생각이 없고, 어떤 고난이 닥쳐도 걱정이 없다. 켠은 생각 없음을 가장해 슬쩍 ‘선’을 넘어간다. 남성인 두일의 목에 입김도 뿜어대고, 두일에게 안길 때도 ‘폭’ 안긴다. 시트콤은 켠의 어이없는 캐릭터를 “닭피만 먹어서 닭대가리가 됐다”고 설명한다(뱀파이어인 켠은 고향인 루마니아에 대기근이 들어서 사람 피 대신에 닭 피를 먹고 자랐다). 심성의 3무는 행동의 3척으로 이어진다. 3척은 이쁜 척, 귀여운 척, 느끼한 척이다. 켠은 모든 사람에게 이쁜 척하고, 왕고모 소피아(박슬기)에게 귀여운 척하고, 집주인 안성댁(박희진)에게 느끼하게 군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신정구 작가는 “남녀 상관없이 누구든 자기를 봐주는 것을 즐기는 메트로섹슈얼 이미지가 녹아 있다”라고 말했다.



△ 켠의 게이 캐릭터가 드러났던 '켠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편. 의사를 두고 켠과 엘리자베스가 싸우고 있다.


켠의 캐릭터는 백치미의 종합선물 세트다. 그는 외모 빼면 시체다. 터무니없이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그저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 매력적인 백치는 자신만의 쾌락의 질서를 구축한다. 세속의 질서는 그의 안중에 없다. 아니 모른다. 켠의 백치미는 커밍아웃하기 전, 자신의 세계에 고립된 채 심미적 취향에 빠져 있는 게이를 떠올리게 한다. 외부의 질서를 수긍하기 힘들 때, 외부의 질서가 자신을 쫓아낼 때, 외부자는 자신만의 질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생존의 논리에서 출발해 전복의 논리로 발전한다. 켠은 이성애를 포함한 정상 성의 질서에 편입되려 애쓰지 않고, 오히려 질서의 바깥에서 질서를 무너뜨리는 외부자다. 켠은 또한 백치미를 갖춘 귀염둥이다. 소년성과 청년다움의 기묘한 조화가 귀여움으로 수렴된다. 켠의 마음은 철없는 소년이지만, 몸은 단단한 청년이다. 철없는 짓은 성숙한 몸과 대비되면서 귀여움을 증폭한다. ‘야들야들함’과 느끼함의 기묘한 조화,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받기 딱 좋은 조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켠은 중년 여성의 구애 공세에 시달린다. 켠에게 흑심을 품은 44살의 안성댁은 밤이면 밤마다 “오~ 켠!”을 부르짖으면서 몸부림친다. 흔히 게이들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한, 귀여운 남성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안성댁을 대하는 켠의 태도도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켠은 안성댁에게 “정말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느끼하게 ‘쏘아대지만’, 안성댁을 대하는 켠의 태도에는 아무런 성적 긴장도 없다. 오히려 낯뜨거운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퀴어 클리셰가 확인된다.


남자 점수 매기고, 구애작전 펼치고


켠은 대사를 통해서도 은근히 커밍아웃한다. 그는 뱀파이어 ‘주제에’ 빨간색을 무서워한다. “난 화투 무서워. 뒷장의 빨간색을 보면 토할 것 같애”. 그의 커밍아웃이다. 뱀파이어 정체성의 부정은 남성성의 부정을 은유한다. 게이 캐릭터답게 은근히 마초성도 조롱한다.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된 두일이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단 말야”라는 말을 할 때마다 켠은 “다시 인간이 되고 싶으면 군대를 가라니까”라고 대꾸한다(원래 인간이었던 두일은 뱀파이어 대교주가 자신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남근주의에 대한 신랄하고 유쾌한 촌철살인이었다.




△ 뱀파이어들의 나이는 외모 나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가장 어려 보이는 소피아(박슬기)가 가장 나이 많은 왕고모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통해 나이주의, 성 정체성 등 모든 질서를 전복한다.

숨어 지내던 켠이 마침내 반쯤은 커밍아웃을 했다. 2월28일 방송된 ‘켠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편이었다. 미모의 라이벌, 켠과 엘리자베스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남자들의 외모 점수를 매기는 장면으로 사건은 시작됐다. 남녀가 나란히 앉아 남자의 점수를 매기다니, 얼마나 퀴어하고 얼마나 전복적인가? 더구나 점수놀이는 게이들의 ‘전통문화’다. 그들을 향해 한 남자 의사가 웃음을 날리고 지나갔다. 미모의 라이벌이자 질투의 화신인 켠과 엘리자베스는 그의 미소가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우겼다. 엘리자베스는 “넌 남자가 너 보고 웃는 게 좋아?”라고 공격하지만, 켠은 천연덕스럽게 “응, 난 다정한 게 좋아”라고 대답한다. 질문의 맥락 자체를 지워버리는 그의 대답에서 어떤 수치심도, 어떤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도저한 무심함이란. 마침내 라이벌들은 내기를 한다. 데이트 신청 먼저 받아내기. 켠은 의사를 유혹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의사 앞에서 ‘요염하게’ 다리를 쓸어내리고, 일부러 녹음기를 떨어뜨린다. 녹음기에서는 빌리지 피플의 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켠이 외친다. “이제 한국 게이들도 벽장에서 나와야 해!” 의사에게 벽장(Closet)에서 나와 커밍아웃하라는,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하라는 ‘꼬득임’이다. 빌리지 피플이 게이 그룹이고 가 퀴어 음악이란 사실을 알면, 행동의 뉘앙스는 분명해지고 웃음은 커진다. 신정구 작가는 “알 사람은 알아서 웃으라는 뜻에서 퀴어 코드를 넣어두었다”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는 의사는 게이였다는 암시로 끝났다. 이처럼 <안녕, 프란체스카>가 퀴어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은 유쾌, 상쾌, 통쾌하다.

3월28일 방송에서는 누아르의 동성애 코드를 끌어들였다. 켠과 비디오가게 청년이 “주윤발 형님의 팬”이라는 이유로 ‘눈이 맞는다’. 그들의 의리도 ‘선’을 넘어선다. 그들은 뜨거운 눈빛을 나누다 손끝까지 맞댄다. 콧등이 닿을 듯 얼굴도 밀착시킨다. 의리로 포장된 에로티시즘이다. 그들의 대사도 ‘선’을 넘는다. “당신에게서 웬지 사나이가 느껴지는데, 우리 친구할까?” “우린 이미 친구가 된 것 같은데”. ‘사나이’라는 단어에는 동성 친구의 의미와 함께 동성 애인의 뉘앙스도 진하게 배어 있다. 물론 ‘친구’ 대신에 ‘애인’을 넣어도 대사는 연결된다. 모르고 보면 단순한 ‘오버’지만, 알고 보면 매우 퀴어한 ‘시추에이션’이다. 이날 에피소드의 제목은 ‘그곳엔 네가 찾는 행복이 있을 거야’.


디자이너·안성댁, 모두 의심스럽네


뱀파이어 가족은 루마니아에서 피신해 서울의 안가(안전가옥)에 숨어 있다고 설정돼 있는데,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켠만이 아니다. 엘리자베스가 일하는 의상실의 디자이너 선생님. 그는 <사랑밖엔 난 몰라>를 들으면서 홀로 눈물을 흘린다. 엘리자베스는 “우리 선생님도 정상은 아냐”라고 말한다.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인조인간, 안성댁의 과장되고 어색한 여성성에도 드랙퀸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무엇보다 ‘자고로’ 뱀파이어는 동성애자를 은유해왔다. ‘오버’를 하자면, 켠의 캐릭터뿐 아니라 <안녕, 프란체스카> 자체가 퀴어 시트콤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신정구 작가는 “나에게 게이 캐릭터는 회사원, 가수 캐릭터처럼 자연스러운 인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여성 또는 퀴어의 시선으로 남성을 ‘관음’하기도 한다. 두일에게 허벅지가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히고, 웃통 벗은 남자 모델들을 ‘떼’로 등장시킨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이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도 이토록 뒤집어지게 웃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매주마다 증명하고 있다. 참, 켠은 누군가 가장 외로울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캐릭터다. 켠은 프란체스카가 ‘맞고’ 칠 상대가 없어 고독으로 몸부림칠 때, “그럼 나랑 치자”라고 다가서는 인물이다. 켠은 기묘하고 따뜻한 캐릭터다.


출처 : 한겨레21

2005-04-08 오후 12:22

음..... 내 이야기네.

봄맞이대바겐세일 2005-04-08 오후 17:37

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저 기사 때문에 신@#% 기자는 대만으로 망명했다지요... 게다가 프란체스카쇼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동안 잠적했던 청기댁까지 데리고 갔다지요...

차돌바우 2005-04-08 오후 18:50

이거 올리다 실패했음 --;
첨부기사 하나 더 있었는디..

추적걸 2005-04-09 오전 02:13

봄맞이대바겐세일 = 신@#% 기자랑 동남아로 도망가려고 작정한 애. 확률 100 %, 재주도 좋아.
신@#% 기자 = 엊그저께 만난 애. 확률 2%, 별로 안 이쁘게 생겨서 기억도 안 남.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2464 추적걸의 명예를 걸고 친구사이 비리를 폭로! 추적걸 2005-04-08 627
» 맛있는 ‘커밍아웃’ 먹어보셨나요? +4 안티차돌바우 2005-04-08 791
2462 재미난 곳을 발견 했습니다. +1 이자와 2005-04-08 599
2461 갤러리에 사진 올렸어요~~~ +1 차돌바우 2005-04-08 638
2460 경계 없는 도시 +2 모던보이 2005-04-08 838
2459 용식이 형이 다쳤대요~ +5 차돌바우 2005-04-07 728
2458 미로에 갇힌 현대인의 `자아찾기` queernews 2005-04-07 762
2457 [연재]식당에서 생긴일(번외:교보문고 화장실에서... +2 이자와 2005-04-06 869
2456 여자의 계획 +2 하기나루팬 2005-04-06 514
2455 이스라엘 군인과 팔레스타인 소년 +6 데이팬 2005-04-06 2201
2454 `4각 관계 동성애' 주먹질로 비화 +1 queernews 2005-04-06 607
2453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타난 사회-정치학적인 논제 +9 안티차돌바우 2005-04-06 1102
2452 [연재]식당에서 생긴일 +1 이자와 2005-04-06 673
2451 실연당한 바보가 쓰는 넋두리 +5 견강부회 2005-04-06 632
2450 모두들좋은하루되셨는지^^ +2 하기나루 2005-04-06 574
2449 69 +1 모던보이 2005-04-06 4077
2448 ^^ 나무 예쁘게들 심어여.,.,ㅎ +8 하기나루 2005-04-05 648
2447 모던보이, 친구사이 파워데이팅 나서다? +4 관리자 2005-04-05 787
2446 2005년 3월 정기모임 안내. +1 차돌바우 2005-03-22 3237
2445 다들 한주를 알차게 시작하세여!! +3 하기나루 2005-04-04 558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