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 2명의 러시아 남성이 동성(同姓)간 결혼의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주인공은 러시아 중부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에드바르드 무르진 의원과 인터넷 게이 사이트(www.gay.ru)와 게이 잡지인 '크비르'를 만드는 에듀아르드 미쉰.
이들은 최근 모스크바 시청에 결혼 등록을 신청했지만 지난 18일 거절을 통보받았다. 러시아 가족법상 결혼은 오직 남성과 여성간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경찰은 특히 지난 19일 미쉰의 사무실을 급습해 불법 용도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1주일 안에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성간 결혼 문제를 사회에 환기시키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졌다는 것.
이들은 19일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에 출연해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결코 동성간 결혼 문제를 건드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무르진은 정상적인 남성으로 '올가'라는 여성과 현재 동거중이며 곧 아이도 생길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성 연애자들이 결혼과 같은 공식적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사랑하는 동성 파트너가 감옥에 수감돼 있더라도 부부와 같은 근친이 아니기 때문에 형무소를 찾아가 만날 수도 없으며 상대방이 사망할 경우 유산 상속도 안된다는 것.
이들은 모스크바 시로부터 결혼 등록을 허가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러시아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거쳐 유럽인권법원에까지 소송을 낼 예정이다.
무르진은 "소련 붕괴후 동성애는 범죄는 아니지만 러시아에서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미쉰과 결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9일자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천885명의 독자를 상대로 '동성간 결혼을 허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21.52%), '아니다'(78.48%)로 동성간 결혼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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