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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oard.jinbonuri.com/view.php?id=nuri_best&page=1&no=2328


전 민노당 당원도 아니고 민노당 내 성적 소수자 인권 모임인 '붉은 이반'도 아닙니다. 그저 민노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남성 동성애자 인권 단체 '친구사이'의 평회원이자, 지난 선거 때 민노당을 지지하는 영화인들 명단에 이름을 낑궈넣은 딴따라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요즘 민노당 내에서 불고 있는 정파간 불화의 기류와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민노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이유는 생각의 차이도 있겠지만, 지난 시기를 겪으면서 과연 민노당이 성 정체성 문제를 제대로 껴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중첩되었고 조금 더 바깥에서 이를 감시하고자 하는 개인적 소망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 여전히 성적 소수자 문제에 관해서 아주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9월에는 정책위장 송태경 씨가 "성적 소수자 문제는 (진보정당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반의 문제도 인권일반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기이한 인권관을 피력하셔서 논란을 일으키고, 지난 총선 때는 이문옥 씨가 자제가 동성애자일 경우에 용납하지 않겠다, 라는 가부장적 인터뷰를 해서 꽤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지요. 지난 시기 홍석천 씨 MBC 퇴출 사건에 대해 미적거리는 반응을 보인 것부터 시작해서 민노당 안에 성적 소수자 문제를 능동적으로 내삽해야 된다는 당위론 못지 않게 이런저런 편견의 잡음들이 끊이질 않았었고, 지금 민노당 원내 진출이라는 감격을 밑천 삼아 당을 새롭게 재정비하려는 과정에서 이용대 씨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입니다.

헌데 님의 발언은 그 파행의 도가 지나쳐 심히 존재론적 불쾌감마저 이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이용대 씨,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당신은 왜 저를 파행적 존재로 규정하십니까?

님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을 파행적 존재로 규정할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기라도 하셨나요? 아니면 세계 어느 나라의 진보정당도 겸비하지 못한 독특한 자본주의관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님의 입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구현된 민노당의 파행과 무지는 자본주의 산물입니까?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이용대 씨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민노당에 '직책'을 가진 분들을 싸그리 모아 초딩 수준의 젠더학에 관해 워크샵을 열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이는군요. 소위 한 정당의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분의 입에서 이렇듯 순진하고 아름다운 무지의 발언을 듣고 나니, 민노당과 함께 '행복해지는 게 무척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용대 후보 님, 우리 동성애자들은 민노당의 시혜를 구걸하고 있지 않습니다. 민노당(혹은 그 안의 권력자들)이 계속 이렇듯 뒤통수치는 발언을 한다면, 최소한의 지지도 소거하여 파행적 존재들끼리 열심히 이 더러운 사회와 맨몸으로 박 터지게 싸우겠지요. 아니면, 동성애자 문제를 자본주의 억압의 한 핵심축으로 설정한 보다 열려 있는 마인드의 시민단체나 다른 정당들과 연대하겠지요.

파행적 존재로까지 규정당한 마당에 민노당 정책위와 이 사회의 강제적 이성애주의가 함의하고 있는 그 억압의 고리를 폐절시키자 함께 논의 테이블을 가질 수 있을까요? 특히나 님이 정책위의장이 된다면 더욱 그런 가능성은 희박해지겠지요. 동성애자를 파행적 존재로 규정한 분들과 어떻게 한 테이블에서 이 사회의 차이의 정치학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자본주의와 강제적 이성애주의가 여성과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에게 차별을 강제하는지 논할 수 있겠는지요? 님은 정녕 그럴 수 있나요?

지난 총선 때 민노당 내 이반 모임인 '붉은 이반'을 필두로 많은 동성애자들이 민노당의 원내 진출을 고대하며 지지를 보냈던 것은 '파행적 존재들이긴 하나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사려 깊은 (척 하는) 님들의 귀'에 관한 자화자찬을 듣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사태입니다. 민노당의 진정성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습니까?

이번 이라크 파병과 열차 사고로 정권을 잡은 스페인 사회당이 즉시 동성애자 결혼 문제를 의제로 올려 통과시킨다거나, 브라질 노동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동성애자 문제를 전세계 아젠더로 과감히 설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우리네 민노당은 할 일들이 많을 거야. 이게 얼마만이야. 다른 사안들이 좀 정리되고 그러면 그때 가서 우리 의견을 개진하자. 우리는 좀 기다리자' 라는 인내심조차 발휘하고 있던 우리네한테 지금 이 무슨 심보로 뒷통수를 치고 있는 건가요?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동성애자 관련한 민노당의 파행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번 이용대 씨의 발언 사과와 후보 사퇴가 없다면, 민노당은 이름만 번지르르한 쭉정이 진보 정당이 될 것이며, 간판에 '우리는 파행 발언으로 팽당한 정당이에요'라는 부제를 달게 될 것입니다. 또 이용대 씨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민노당 자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는 진보정당 이름 걸고 하기에는 좀 쪽팔린 짓거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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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