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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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2003-11-08 14:05:42
+0 1637
바다를 찾아서
이적 2집 곡입니다.
http://sohappy.or.kr/aphoto/sea.wma


K에게

2003/5/23

3일째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단다. 물론 내일도 나가지 않을 거야. 쥐 파먹은 것처럼 커텐 허리 근처를 가위로 싹둑 잘라놓고 보니, 수줍은 표정의 5월 태양들이 바람 부는 사이 방 문턱에 나란나란히 턱을 올려놓고 뻘쭘히 기웃거리는 까닭에 좀체로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단다.

그래도 토요일엔 오랫만에, 몸을 씻고 이쁜 옷을 차려입고, 그리고 젖은 머리칼을 털며 밖에 나갈 거야. 바다를 찾아서 갈 거냐고?

그렇지, 아직껏 토요일은 바다야. 참 잘 길들여진 나는 토요일만 되면 옷을 차려입고 밖에 나가서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하지. 이번 주엔 공짜로 얻은 비싼 티켓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매튜 본 무용 공연을 보러 갈 거야. 잠시잠깐 여피인 척, 블랙 에로티시즘이 훼손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시선을 정면에 꽂아둔 채.

돈이 없어 니 표를 구해주지 못한 날 나무라렴. 토요일엔 그렇게 이기적인 놈이 되곤 해.

넌 토요일에 뭐하니?


K에게

2003/11/7

젠장, 몇 겁의 토요일이 지나버린 걸까? 어랍쇼, 눈이 올 지경이군.

되돌아올 수 없는 부조금을 위해서라도 결코 가지 않겠다던 결혼식 따위에 내 토요일을 양보해야 한다니. 결혼식도 참 특이하지. 오후 4시에 한다더구나. 4시 종이 댕댕, 울리면 못된 신데렐라가 되어 구두를 바짝 조인 다음 식장을 빠져나와야겠어.

하여 나의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열려지겠지. 구두코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쟈킷 끝을 팽팽히 잡아당기면서부터 나의 토요일은 바닷내를 풍기며 물씬 내 속으로 흘러 들어오겠지.

바다를 찾아서 갈 거냐고? 그렇지. 여전히 토요일은 나의 바다, 익사 직전의 황홀경으로 파르라니 전율하는 거대한 교미의 바다지.

넌 토요일에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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