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마다 나는 꽤 자주 저 약을 생각했다. 치사량(lethal dose)을 잘은 모르지만, 있는 걸 한번에 삼키게 되면 어쨌든 죽으리라. 또는 여남은 알을 한번에 삼키고는, 내 몸에 피어나는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기전들을 찬찬히 관찰해야겠다. 약이 든 구급통이 어느 날이면 거짓말처럼 가까워보였다. 그 복잡한 심경들과 인생의 곤경들은, 어느 순간부턴 이미 투약의 유무, 합법의 유무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너머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렇게 몇번 복용한 그 약보다 훨씬 자주, 훨씬 많은 양으로, 나는 알콜을 음용했다. 몇 해가 지난 후 내 위장과 간은 이제 그 술의 양을 더는 견디지 못한다. 어느 날 술이 과해 모종의 사고를 치고,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고, 극심한 감정 기복을 넘기고 나면, 갑자기 나는 꽤 건강하며, 알콜을 비롯한 약물을 나름 윤리적으로 사용할 줄 안다고 짐짓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내 일에 힘써왔고, 내 삶을 나름대로 잘 통제해왔으며, 따라서 천한 중독 따위는 나랑은 전적으로 무관한 일이다. #친구사이 #친구사이소식지_80호 #칼럼 #은둔사이의터울 #인생의부작용 ▶ 자세히 보기: https://goo.gl/QRUcmQ ▶ 여러분의 '좋아요'와 '공유하기'는 친구사이의 힘이 됩니다.
친구사이에 의해 게시 됨 2017-02-24T10:02:4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