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걱정되는 점은 세월호 사건 여파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근데 축제 취소는 안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세월호 사건은 세월호 사건이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저한테는 퀴어문화축제가 더 우선입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다른 분들께서 이미 말씀하셔서 한 마디 보태도 될까 싶지만
보다 못해 댓글 답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기적입니다.
당장 내 손톱 밑 가시는 많이 아프고 성가시지만
남의 훨씬 더 큰 고통은 실감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기심을 너무 당연시하거나 제어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안 하거나
더 나아가 고의든 아니든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까지 한다면
싫든 좋든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 사회, 이 세상에 결코 좋지 않겠죠...
내가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남에게서 도움 받을 일도 적잖으니까요.
특히 우리처럼 사회적으로 편견과 차별을 겪는 성소수자,
그리고 다른 모든 소수자와 약자는 말할 것도 없구요.
어차피 세상의 다수가 이성애자인 이상,
우리의 (잠재적) 동지이자 친구 중 적잖은 사람이 이성애자라는 건 아시겠죠...?
가령 이성애자가 '난 성소수자의 고통에 공감 못하고 그건 안 중요하니까
퀴어 문화 축제든 인권이든 지지도 안 하고 아예 반대하겠다'면
그건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이기심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요?
얘기가 조금 거창하고 또 몹시 조심스럽지만,
세월호도 자기 하나 편하거나 문책 안 당하거나 손해 안 보려던
수 많은 사람의 이기심, 그리고 그로 인한 무책임함이 쌓이고 곪아서 터진 거죠.
한국이 아무 것도 없는 빈곤 국가도 아니고 규정, 기술, 돈 모두 이미 갖춰놨기 때문에
예방도 수습도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인데도
그런 이기심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누적된 탓에 끔찍한 비극이 돼버린 거구요.
특히 이번 사고는 숱한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상황이니
다른 어떤 일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퀴어 문화 축제든 뭐든, 상황의 중대성을 따져서 판단하고
우선 순위를 두는 게 필요하고 또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경제력, 출신지, 인종, 종교 등
모든 것을 떠나 우리에게 가장 그리고 언제나 필요한 건
바로 남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걸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마음과 의지같습니다.
그거야말로 인간됨의 본질이고
또 이 세상을 그나마 지옥이 되지 않게 막아주는 마지막 방파제일 테니까요.
만약 우리 모두 그런 이기심을 맘껏 표현하고 실천한다면 결국 우리 자신도 다치게 됩니다.
암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시고, 표현 또한 더 사려 깊게 하시길 빕니다.
최원석님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네요.
지금 저희 나라 아니 전 세계적으로 각 계 인사, 국민들께서 세월호 사건을 가슴 아파 하고 계시고
겉으로 속으로 눈물 지으며 안타까워 하고 계십니다.
퀴어문화축제요.. 열리겠죠.
그런데 개인적인 바람으론 퀴어문화축제가 이번 세월호 사건을 애도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소수자들도 일상 생활 속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라면, 일들을 겪고 있으면서 소중한 가족들 사람들을 멀리 보내시고 기다리고 계신 세월호 사건 가족분들과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같이 이 땅을 살아가는 이웃들로서 내 일 인 것처럼 가슴 아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원석님 이번 게시글 만큼은 진심으로 생각이 없으신 거 같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역지사지라는 말을 깊숙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