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교는 동성애자 차별 없도록 교육할 의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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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감독의무 위반 배상책임도 인정…단 자살은 책임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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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성소수자 차별'과 '집단괴롭힘'에 대한 학교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과 모욕,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학생이 자살한데 대해서는 학교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19일 공개한 <보도자료>와 부산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은 학교측의 보호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살에 대한 학교 책임은 부정했다.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집단괴롭힘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학생이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며 교사의 사용자로써 부산광역시 교육청의 배상책임은 인정했다.
또 법원은 "학교와 교육청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도록 교육하고, 가해자들에게 전문기관의 삼당을 받게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지지적 상담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교육청이나 성소수자 단체의 자문을 거쳐 성소수자의 처지와 심리를 이해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성격을 알아야 하며 그런 인식의 토대 위에, 가해 학생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직접 교육을 하거나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게 하고 여의치 아니할 경우 격리조치를 취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지지적 상담을 하고 타인에게 그의 동성애적 성향을 알릴 때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이 사건 집단괴롭힘이 B의 동성애적 성향과 관련이 있는 만큼 원고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하거나 직권으로 전문상담기관에 의뢰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측은 동성애적 성향의 학생이 집단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문제’에 관한 행동지침을 교육관계자나 전문기관에 구하지 아니 하였고, 가해자에게 가벼운 주의를 주고 피해자에게 성소수자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받게 하거나 전학을 권유하는 식으로 대처했고다"며 "보호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사건 집단괴롭힘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 집단괴롭힘이 반년 이상 지속되고 그 정도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으며 그 때문에 B이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그 부모인 원고들도 이 사건 집단괴롭힘과 그로 인한 B의 정신적 고통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성적 소수자의 차별과 관련한 문제가 오래 전에 대두된 것이고, 관련 민간단체에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대처하는 요령에 관한 책자가 있음에도, 학교나 교육청에는 이러한 문제에 관한 행동지침이나 교육자료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하며 교육청이 성 소수자 차별을 없애기 위한 매뉴얼 등을 만들 필요성을 판결문에 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학생의 자살에 대해서까지 학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인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는 "자살한 학생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조롱, 비난, 장난, 소외 등의 행위가 아주 빈번하지는 않았으며,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며 "또한 담임교사에게 이러한 집단괴롭힘으로 학생이 자살에 이르리라는 것에 대해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와 자살을 분리할 수는 없다"며 "성소수자 학생이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에 취약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런 괴롭힘에는 인신공격과 조롱, 소문 퍼뜨리기, 밀거나 때리기, 소지품을 훔치거나 망가뜨리기, 고립시키기,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고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말하는 것조차 터부시되고 학교가 소수자 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식이 부족한 한국의 상황을 볼 때, ‘물리적인 폭력’만을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사건의 피해학생은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낙인찍히고 “뚱녀”, “걸레년”이라는 욕설과 비하, 집단따돌림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담임교사는 가해학생들에게는 가벼운 주의를 주면서도 피해학생에게는 전학을 권유하여 마치 괴롭힘의 책임이 피해학생에게 있다는 것처럼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학생에게 우울척도검사, 자살생각척도검사 등 여러 차례의 심리검사를 실시한 바, 학생이 심한 우울상태, 자살충동이 매우 많은 상태, 극심한 불안상태로 나타났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교육청이나 관련기관에 자문을 구하지도 않았으며, 피해학생을 성소수자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받게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상황이라면 피해학생에게 학교는 내가 모두로부터 소외되는 공간, 내 존재 자체를 위협당하고 부정당하는 공간이지 않았을까? 이것이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