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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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퀴어- 세.바.퀴이고 싶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귀염둥이좌빨게이(<응?) 레쯔라고 합니다.

저는 11월 10일 수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볼 때 대학입시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제가 인권오름에도 썼던 글이지만 저는 활동 한 경력을 팔아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학교로 가고 싶었습니다.

성공회대학교에서만 해도 우리의 당원동지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던 중에 임금체불이 계속되자 근로파업을 했고,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또한 '비정규직 철폐'를 일하는 교수들의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이 여러 잘못을 저지르고, 학생들을 탄압하고, 기업화되는 것은 성공회대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념이 사라진 대학교, 언론의 자유가 사라진 대학교, 학문의 자유가 사라진 대학교.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교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대학은 지성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인권, 평화라는 가치가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
대학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대학입시 거부를 고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4년간 대학교라는 이름의 공장에서 또 다시 제련되는 것에 불과한 이 현실, 더 좋은 스펙 상품이 되기 위해 등록금과 시간을 갖다 바쳐야 하는 현실에 반대하기 때문에 저는 대학을 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학생들의 현실 뿐 아니라, 우리들, 청소년들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봅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계속 상품화 되는 과정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요. 교육이 점수 매겨지고 등수 매겨지는 무한경쟁의 과정이지는 않은가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초중고를 경쟁 속에 보내는데, 그렇게 가게 된 대학마저도 경쟁 속에 상품화되는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학 입시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뻘짓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제 선전전에서 '인재가 되기 위해서 대학을 가야한다.'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미친짓이다" "루저들" 이런 조소까지 들었습니다.

대학입시거부가 정말 미친 짓일까요? 사람들은 기억이나 하고들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올해, 불과 몇 개월 전 한 고등학생이 성적을 이유로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사건을. 몇 년 전 초등학생이 도복 끈으로 목을 매 자살했던 사건을. 그런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말 미친 것은 아닐까가? 그러나, 그렇게 이 미친 경쟁교육을 견뎌내고 대학에 가도 우리는 구원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미친 경쟁사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 속에서 정말 미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요.

응원해주십시오. 어제 대학입시를 거부했던 18명의 청소년들을 기억해주십시오. 그리고 응원해주십시오 여러분.

동지들, 그리고 지긋지긋 한 학벌사회 철폐를 위해 여러분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 학벌사회 끊어내기 위해 동지들 함께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대수능으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들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죽이는 교육, 밟는 교육. 이제는 끝장냅시다.

세호 2011-11-12 오전 09:22

레쯔당 ^^ 화이팅

진석 2011-11-12 오전 10:48

우왕 글은 잘쓴다ㅋ

noble 2011-11-12 오후 18:25

요즘들어 대한민국 상위권대학 자퇴선언등.. 많은 이야기가 들려오곤 하더라구요..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뜻한바가 있고 또한 자신의 현 위치에 정체성이라는 것에 확신이 없다 생각했기에 그런 큰결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레쯔님 처럼 입시거부도.. 현 우리나라 입시제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1人입니다. 어제도 외국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수능 언급이 생각나네요! 모두가 학벌사회가 만들어낸 학벌서열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먼저간 청소년들의 명복을 빕니다.

Eli kim 2011-11-12 오후 20:21

아... 고달픈 령혼이여. 그 얼마나 치이였으면 그 오지못할 길로 떠났을고...
슬프게 탄식만 내뱉누나.

damaged..? 2011-11-12 오후 23:13

한편으로는 학벌 사회가 견고해지다 못해 해외로까지 그 극성과 악명을 떨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상식적인 행동인데도 불구하고--용기 내어 문제 제기하시고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자퇴는 소위 '문제아'만 했기 때문에 학생이 요구하고 부모가 동의하는 건 꿈에도 못 꿨고,
대안적인--하지만 진정한--교육이나 홈스쿨링은 저 멀리 외국 얘기일 뿐이었구요.
감옥, 군대하고 다를 바 없는 인권 유린의 현장이고 획일화 훈련장이었는데도 탈출할 방법이 없었죠.

근데 슬픈 얘기지만 알고자 하는 마음, 깨우치는 즐거움, 생각하는 연습, 공존하는 방법은 뒷전인 채
무의미하고 단편적인 지식만 주입되고 뻔하고 얄팍한 시험에서 문제 푸는 방법만 습득하는 기계가
바로 대한 민국의 학생들이라는 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겠죠?
선생을 조련사로, 학부모를 물주로 만드는 체제도 여전할 뿐 아니라 더 심해졌겠구요.
(물론 본인이 이런 체제의 쓴 맛을 봤으면서도 자식들한테 대물림하는 어른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요)

그런 만큼 더더욱 어려운 결단 내리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응원하고, 여러분께 기대와 희망을 걸어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단 몇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고 무슨 낙인처럼 평생 따라다니는 것도 우습지만,
그런 끔찍한 경쟁 체제 탓에 꽃다운 인생이 미리 져버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이상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네요.
죽고 죽이며 짓밟고 짓밟히는 교육이 아니라 살고 살리며 크고 키우는 교육이 정착되길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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