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청소년성소수자 관련 소설들을 좀 찾아서 읽어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국내작가들의 책도 많았고, 이런책들이 청소년들이 잘 가는 도서관 같은 곳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권더 있는거 같은데 일단 읽은 것들만 정리해보면...
1. 루나 (줄리앤피터스/정소연옮김. 궁리출판사)
미국도서관협회 최우수 청소년도서로 선정이 되었고, 각종 매체에서 극찬을 받은 소설입니다. MTF트랜스젠더를 오빠(언니)로 둔 소녀를 화자로 두고 성별정체성 문제를 가족, 친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오버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가 역시 레즈비언으로 청소년성소수자관련 소설들을 꾸준히 쓰는 분이라고 하네요. 책뒤에는 문답형식의 독자가이드 페이지가 따로 있어서 청소년교양교재로 딱 좋겠다는...^^
2. 나는 즐겁다. (김이연/사계절)
-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게 된 여중생의 좌충우돌 성장기. 오빠의 커밍아웃으로 집안은 붕괴 직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가 읽으면 딱 좋을 청소년 소설입니다.
3. 비너스에게 (권하은/자음과모음)
-청소년도서를 많이 펴내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문학시리즈003. 제목은 좀 진부하게 느껴졌는데 읽어보니 괜찮았어요. 게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찍혀서 결국 쫓겨나고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도 멀어졌던 소년이 다시금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 동인녀들이 좋아할만한 상콤한 러브스토리도 가미되어있고 나름 반전도 있습니다.
4. 하모니 브러더스 (우오즈미 나오코/사계절 1318문고
- 가출한지 7년만에 돌아온 형이 크로스드레서 게이로 변해서 왔다면!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지키고자 애쓰는 부모님과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형 그리고 경쟁구도에서 밀려가는 학교 생활과 교우관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 히비키... 역시 중고등학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입니다.
그 외에 읽은 책들은요...
# 비트윈 - 황의건
- 사십대의 성공한 '커리어 게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사는가 하는 걸 보여주는 책인데 솔직히 "매우 비추"입니다.
레즈비언에 대한 '틀린' 생각, 끼스런 게이에 대한 편견 등 본인의 주관적 견해나 감정을 객관적 사실처럼 서술하고 있는데요... 사람은 딱 자기가 보고 겪은 만큼만 이해하려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한번 더 확인시켜주네요. 적어도 한국의 게이 이미지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면 조금은 더 책임감있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
# 식량의 종말 - 폴로버츠/민음사
- 구제역파동이후 육식인간,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회의가 생기는 듯 해서... 어떻게든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나 궁리하다 집어든 책인데... 인간의 폭력성,이기주의라기보다는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공략한 식단을 설명하고 있군요.
분량이 두껍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패스트푸드나 다국적 식품기업, 대형유통업체 등의 성장에 얽힌 무시무시한 진실이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결론은, 느리게 먹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 남성성과 젠더 권김현영외5인/자음과 모음
- 꽤 흥미로운 주제이고 내용도 좋은 것 같아요. 다만 혼자 뒹굴면서 읽기에는 좀 어렵고 진지한 내용이라서 대충 훑기만 했어요. 책읽기 모임의 교재로 사용한다면 좋을 수도 있겠다능...ㅋ
참고로 이 책은... 2009년 제1회 퀴어아카데미 강좌'남성성'의 기획이 발전해서 책으로 묶이게 된 거라고 해요. 발간된지 한달이 채 안된 따끈따끈한 책.
# 우린마을에서 논다 (유창복지음. 또하나의 문화)
- 올해 퀴어문화축제 때 선보일 게이섬프로젝트 2011 <퀴어타운인코리아>에 대해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가 찾아보게 된 책.
도시형공동체마을로는 한국에서 젤로 유명한 마을임이 분명한 '성미산마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성미산마을이 시작된건 1994년. 친구사이와 똑같지요. 어느 누군가 '친구사이는 돌봄공동체'라고 말했었는데, 돌봄공동체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성미산 마을 이야기를 접하고나니 과연 친구사이랑 너무나 흡사한 부분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생협이나 마을기업, 공동체문화 등등 외형적 부분도 부분이지만, 그보다는 일하는 방식 혹은 살아가는 방식에서 우리랑 정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주로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데... '회의주의자들의 소통법인 만장일치제, 공동체의 경계와 문턱의 높이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이 다 하고 즐기면서 한다는 방식, 1,2,3세대간의 소통문제, 권력의 문제 등... 정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는... 아무튼 이 책 소개는 미니간담회때 한번 더 하기로 하고요, 일단 한권 사무실에 기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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