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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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09:42:57
+10 921
<장면 하나!>

친구 녀석 중에 카톨릭 사제(흔히 말하는 신부)가 있습니다.
얼마 전, 몇 년만에 술 한 잔 기울이다가...함께 했던 그 친구 선배 신부님과 언쟁을 했지요.
동성애. 동성결혼에 대해서요.

아시겠지만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다. 성경해석에 따르면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그 분을 비롯한 카톨릭 교회의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비겁했어요.
계속 "형제님은 그러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친구 얘기라고 회피했지요.
대신 "과거 카톨릭 교회는 지동설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잘못 판단 내린 건 아닐까요?"라고
집요하게 물었고 결국 그 언쟁은 그 신부님이 먼저 자리를 뜨는 걸로 끝났지요.
그 자리에 있었던 일행들에게는 제가 잘못된 고집을 피운 걸로 결론 지어졌구요.


<장면 둘>

아. 저는 카톨릭 신자입니다. 한 때는 정말 열정적이었지요.
물론 지금은 원치 않게 선을 어느 정도 긋고 있어요.

참고로 카톨릭에선 세례받은 신자들이 미사 시간에 성체라 불리우는 밀떡을 먹지요.
(성체를 모신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답니다.)
예수님의 몸이라고 생각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일종의 의식입니다.

저는 요즘 미사는 드리지만 성체를 못 모시고 있어요.
왜냐? 교회의 입장과 제 입장이 배치되기에.
함께 하고 싶지만 저를 인정하지 않기에...일종의 죄의식이라고 할까요?

그러던 중 용기내어(?) 고해성사를 보러 갔습니다.
고해성사는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될 때 죄를 고함으로써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믄 되요.
연세 지긋하신 신부님이셨는데, 제 상황이 이렇다. 이래서 성체를 못 모시고 있다고 말을 하니 신부님께서는 그러시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형제님의 상황이 간음을 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비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요...

저는 "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노(老)신부님께서는 이것 저것 말씀하시면서 생각이 정리되면 그 때 다시 오라고 하시더군요.
이 자리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설득을 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 죄를 용서받는 자리라면서요.

처음에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라는 말에 혹했지만 뒤에는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지어졌어요.
용서(?)받지 못한 채로요.

그 후 한 시간동안의 미사 시간 동안 깨달았지요.
제가 한 행동은 죄를 용서받으러 간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인정해달라고,
왜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이냐고 설득하러 간 것이었음을요.

그리고 카톨릭 사제 입장에서는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공포하기 전에는...) 결단코 인정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내가 다른 게 아니라 틀리다고 말하니까요.

그리고 죄를 고하는 장소에서 그 설득을 하고 있었으니
저도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잡은 셈이지요.

앞으로도 미사는 참여하겠지만 성체를 마음 편히 모실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제가 넋두리할 곳이 여기 밖에 더 있겠습니까?ㅋ
뭐 그랬다구요...


P.s : "나는 7ㅏ수다."에서 스포와 다르게 박정현이 살아남았어요. 짝짝짝!
        안 어울리는 선곡으로 노래 듣는 동안 좀 불안불안 했는데,
        김건모가 막장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분에ㅋ
        올해 5월에는 꼭! 콘서트 보러갈 겁니다. 누구와 함께 할진 몰라도. 아님 혼자라도ㅋ

세호 2011-03-21 오전 10:24

자신을 믿으세요

지나 2011-03-21 오후 19:39

제가 말씀을 나눠본 신부님, 수녀님은 사적인 견해라는 전제하에 인정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태어났는데 그게 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요. 지동설도 얼마 전에야 인정했으니-_-; 언젠가는 인정하는 날이 오겠지요.

코러스보이 2011-03-21 오후 19:47

토닥토닥!!! 몇번 우려먹는 것이긴 하지만... "바비를 위한 기도"라는 영화를 강추함!

박재경 2011-03-21 오후 22:26

제목을 네 죄는 이라고 한 건, 문학적 의미가 있는 건감?...
그래 마음이 아팠겠구나. 위로를 보낸다.
신부도 사람이잖아, 교황도 사람이구..... 틀릴 수 있고, 실수할 수도 있어...
그 시간이 좀 길어서, 누군가에게 죄를 지었던 인류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잖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런 말도 했다고 읽었던 것 같아
" 특정 종교의 책이 곧 신의 말씀이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신의 말씀일 뿐이다." 라고 말이야

2011-03-22 오전 07:30

ㄴ세호군...자신을 믿지 못할 때가 아주 가끔씩 있거덩ㅋ 물론 난 자주지만..ㅎㅎ
ㄴ상근로봇님ㅋ 그쵸? 언젠가는...그런 날이 오겠죠. 제가 살아있는 날이면 더욱 좋구요.
ㄴ코러스보이/ 바비를 위한 기도...검색이 제한된 단어래요..ㅠ.ㅠ...딴 곳에서 찾아봐야하나...
ㄴ재경/ 나름 문학소년?ㅋ 뭐 마음 아픈 건 하루이틀이 아니라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ㅋ 좋은 말씀 감솨^^

2011-03-22 오전 09:46

저는 이번 교회 겨울 청년 수련회에서 제가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다같이 <바비를 위한 기도>를 보고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청년들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이 영화가 기독교의 잘 못된 모습에 대해서 지적을 해줬기에 더 기독교 적인 영화인 것 같다는 견해가 많아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몰리나 2011-03-23 오후 14:40

바티칸의 공식적인 입장이 반대라서 그렇지 ... 내부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뭐 ... 그런거죠 ...

사랑중독 2011-03-23 오후 19:21

만약 죄라면 신은 왜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드셨나요...
그저 번식만 하게 하지 왜 감정이라는것을 만드셨을까요...

데이 2011-03-25 오전 01:13

그 모든 걸 떠나서 종교 역시 사람이 만든 거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이 종교 교리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생각해요.

모서리 2011-04-26 오전 07:05

이런.... 저와 같은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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