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mar (2000), Agustí Villaronga토마스 만의 '마의 산'처럼 이 영화 역시, 요양원이 주된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의 산'이 주인공들의 철학적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이라면, 이 스페인 영화 '바다 El mar' 또한 전쟁통에서 죽음을 보며 살아남은 20대 청춘들이 요양원에서 어떻게 다시 한 번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죠. 마의 산이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죽음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20살 꽃다운 청춘들의 비극적 삶을 조망하고 있는 셈.
제 나름 내기를 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염두해 두었을 겁니다. 구조가 너무 흡사해요.
남창 로마리오는 폐렴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오게 돼요. 그 요양원에는 수녀가 된 어릴 적 친구와 역시 폐렴에 걸린 또 한 명의 친구가 있죠. 연속되는 죽음과 맞닥뜨린 로마리오는 '바다'를 자신의 구원의 이미지로 생각해요. 나중에는 도끼를 들고 가 자신의 몸을 탐하던 중년 남자를 죽이게 되죠.
반면 어릴 적 친구 마누엘은 로마리오를 남 몰래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동정이고, 자기 내면의 동성애가 신과의 순결한 소통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해서 살인을 하고 돌아온 로마리오가 자신을 강간하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로마리오를 칼로 찍어 죽이죠. 물론 그 자신도 자살하게 되고요.
이들 청춘들은 결국 스페인 내전이 인민들 영혼에 각인한 그 죽음과 살인의 고리에 영원히 갇혀 버리게 되는 것.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시적인 영감이 돋보이는 수작이네요. 죽음의 어두운 빛깔과 섹슈얼리티의 내밀함이 비교적 잘 뒤섞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