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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단체들이 北 사주 받아 촛불 배후조종?

촛불에 참가해온 통일운동 단체로 조직사건 확대될 듯

민중의 소리 차성은 기자 / mrcha3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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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대대적 수사는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며, 이후 ‘이적단체들이 촛불을 배후조종했다’는 식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실천연대 관계자들을 접견한 설창일 변호사는 27일 오후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혐의내용이 ‘이적단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적단체 혐의가 아닌 이상 20여 곳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실천연대를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판단했다.

"이적단체들이 북한 사주 받아 촛불을 배후조종했다는 그림을 만들면 완벽하지 않겠나"

또한 설 변호사는 “공안당국이 촛불 배후로 지목해 온 한국진보연대에 가입한 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이 이적단체들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촛불을 배후조종했다는 그림을 만들면 완벽하지 않겠느냐”며 충격적인 예상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한국진보연대에 가입한 실천연대는 진보연대와 함께 수차례 공안당국과 보수단체들에 의해 촛불 배후세력으로 지목돼 왔다.

설 변호사는 “실천연대는 6·15공동선언과 관련 있는 단체인 탓에 고도로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국정원이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 같다”며 “이후 수사범위가 실천연대와 관련된 문예단체, 출판사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천연대 산하 문예국과 관련된 조직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떠돌아왔다.

그는 또 “청학연대(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에 대해서도 조직사건이 준비중인 것으로 들었다”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일운동을 해온 통일연대, 진보연대 등을 조직사건으로 엮으려고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유인물을 돌렸던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을 얼마 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하려다 실패한 공안당국이 '이적단체로 규정하려면 북한과 관련이 있어야겠다고 판단, 촛불에 참가한 NL계 단체인 실천연대, 통일연대, 진보연대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이날 연행자 중에는 청학연대 김복기 집행위원장이 포함됐다.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해온 단체들은 이적단체이며, 이 단체들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촛불을 배후조종했다'는 식의 그림을 공안당국이 그리고 있고, 이 그림이 차근차근 완성돼갈 것이라는 게 설 변호사의 예측이다.

김승교 "이제 또 얼마나 많은 조직사건들이 생겨날지 능히 예견하고도 남을 사건"

이날 가택 압수수색을 당한 김승교 실천연대 상임대표(변호사)도 “국정원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혐의가 7조 1항, 3항, 5항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찬양·고무죄를 규정한 것으로 특히 제3항은 '찬양·고무를 목적으로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를 적용하는 조항이다.

그는 "3항이 안들어가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로 압수수색할 근거가 없다"며 "나머지 조항은 개별적인 행위만 규정해 찬양·고무한 사람이나 이적표현물을 실제로 제작·배포한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을 실시한 수사기관이 국정원이라는 점도 '이적단체' 혐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반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경찰의 보안부서가 담당해왔고, 2006년 소위 '일심회'라는 간첩단 사건을 만들어 낸 곳도 국정원이었던 전력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제 또 얼마나 많은 조직사건들이 생겨날지 능히 예견하고도 남을 사건"이라며 국정원 등 공안기관에 의해 연이어 터뜨려질 조직사건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실천연대도 이날 오후 공안탄압 규탄 성명을 내 “이번에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조직가입'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 및 연행한 것은 조직사건 조작 움직임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천연대는 “이미 국정원과 공안당국이 실천연대를 표적으로 한 공안 조작사건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면서 “청학연대 일꾼까지 연행한 것은 공안당국이 대규모적인 공안 조작사건을 만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국정원이 국정원 건물에서 직접 조사 진행... 연행자들은 묵비와 단식

한편 국정원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부터 실천연대 사무실과 5개 지방조직 사무실 및 간부 20여 명의 자택 등 총 2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 간부 7명을 연행했다.

이중 5명은 연행 직후부터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오후 8시께 실천연대 최한욱 집행위원장과 문경환 정책위원장은 서초경찰서, 강진구 전 집행위원장과 김영란 전 조직위원장은 수서경찰서, 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위원은 강남경찰서에 유치됐다.

이들은 한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되는 생활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묵비권 행사와 단식을 하고 있다.

실천연대는 28일 가족과 변호사를 중심으로 항의방문 및 면회를 진행하고, 29일 낮 12시에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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