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날, 금요일 저녁 8시 번개 모임 3차가 끝나고 난 후의 일입니다.
3차가 끝난 당시의 시각은 3시 30분 경. 심야버스도 끊긴지 옛날 옛적 호랑이랑 공룡이랑 담배피는 시간,(너무 진부한 표현이다!) 이제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군요. 모임 동안은 그냥 따라다니면 되지만 이젠 모임도 끝났으니 제 갈길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지, 으아아;; 하다가 서울 형들이(그러니까 와인을 사오셨던 그분들) 해운대 바다로 가자기에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형들도 어차피 잘 데 없으니 나중에 사우나라도 가겠지, 하면서요.
10분 정도 걸어 바닷가로 도착했습니다. 저희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자리 깔고 않아있는 사람, 폭죽을 사서 펑펑 뿌려대는 사람(앞에서 할머니가 팔고 계시더군요. 추울텐데 고생이 많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밤바다를 구경하는 사람. 우리는 가만히 구경하는 사람. 음 진짜 생각 없었군요 나님.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서 밤의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정말 검었습니다. 밤의 하늘을 투영한 바다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어딘지 외로워 보인달까요. 이따끔 철썩이는 파도소리는 바다가 외롭다고 투정부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정감을 느꼈습니다. 이리도 바다는 넓은데, 하늘은 높고 창창한데, 이렇게 너는 외롭다고 하는구나.
그러고 이번에는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광대한 하늘이 우리들의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별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하늘은 너무나도 어둡고 칙칙하여 별들이 보이지 않는데 바다의 하늘은 맑았습니다. 똑같은 칠흑이었지만 같지는 않았습니다. 청명하고 맑은, 별들이 빛나는 하늘이었습니다. 그러자 왠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거구나, 하고요.
저도 이때까지 바다에 많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상적이라 그럴까, 별로 인상적인 느낌은 지금까지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바다는, 오늘의 하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깊고 고독한 그 어둠이, 내 마음 속에 다가와 자리잡았습니다. 왠지 감상적이 되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아아ㅡ 그것을 뭐라고 표현할까요. 그것은 묘한 감동이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리로 오길 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말이죠=ㅂ=
그렇게 밤바다를 보고 있다 문득 추위를 느꼈습니다. 하긴 지금은 새벽 4시, 여름도 아니고 가을. 추운게 당연하잖아! 이빨 딱딱거리는 한겨울의 추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기 걸리기에 부족함 없는 기온. 추워서 덜덜()거리자 형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옆의 형을 재촉해서 숄을 벗겨(죄송합니다) 입혀주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스카프인줄 알고 이거 뭐야, 이랬는데 숄이었군요. 으음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여하튼 조금 따뜻해지자 형이 가져온 와인을 컵에 따라 나눠주었습니다. 분위기를 생각하여 마셔도 좋겠지만 와인=술이라는 공식에 따라 거절.(그리고 바로 후회했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전 정말 분위기라곤 모르는 인간이에요 이런 때는 예의상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아?! 으아아 뭐야 나란 인간은!!)
그렇게 조금 있으니 다시 추워지더군요. 끄응 숄까지 벗어 주셨는데, 다들 추운 기색 하나 없는데 나 혼자만 추워서 덜덜. 결국 그 모습이 안되보였는지(무지 뻘쭘했습니다) 옆에 앉은 형이 가까이 붙으라고 해서 붙었습니다. 그러자 팔이 쓰윽.
.......................................(경직)
몸이 굳는 걸 느꼈는지 형이 "괜찮아 안잡아먹어"라고 했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전 몸이 무지 예민해서 누가 손을 대면 몸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진다고요;; 하지만 추워서 이렇게 해주는데 "죄송합니다 떨어져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어(그러면 정말 막장입니다) 상큼하게 굳은 몸으로 그렇게 있었습니다... 다행이 조금 있으니 여전히 긴장 상태였지만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체험 첫경ㅎ... 이게 아니라.
아무튼 적응되니까 무지 편안했다, 정도? 남한테 그런 식으로 안겨본 일이 없어(몸이 닿으면 무지 쭈뼛! 해서 질색하거든요) 엄청 당황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ㅁ///// 결국 완전히 기대서 자버렸답니다. 와 따끈따끈하고 푹신해^ㅂ^ 하면서.
...하지만 아무리 따뜻했다곤 해도 바닷바람 씽씽 부는데서 자버린 건 문제였음. 1시간 뒤 새벽 다섯 시, 깨어났을 때 무지 추웠답니다;;;; 감기 걸릴지도 몰라 아부부부부(당황).
그렇게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제서야 리더형-으로 어느새 설정-의 의견에 따라 잠자러 직행... 보통 이 시간에 잠을 자나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라이프스타일이 어딘가 어긋났어. 이게 말로만 듣던 올뺴미 족이구나 등등 생각했지만 말로는 안꺼냈음.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영화제 시즌이라 집집마다 방이 꽉 찼다는 거... 결국 30분간 길거리를 헤맨 끝에 택시 타고 사우나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도중에 다른 두분은 집에 갈 일이 있다며 헤어졌습니다. 두분 벌써 폰번호 교환까지... 빠르셔라) 도착했을 때는 벌써 5시 반이라 간단히 샤워만 하고 이곳저곳 둘러다니다(옥상의 테라스 멋졌습니다. 바다가 다 보이더군요-ㅁ-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아) 수면실로 들어갔습니다. 음, 사우나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밑에 사람이 있는지, 혹 밟지 않는지 신경써야 했으니까. 간신히 잘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지만 그나마도 끼어서 자야 했습니다. 윽 이런 좁은 잠자리라니;; 하지만 그래도 고생했기 떄문일까, 잠을 달게 금방 왔습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그러니까 토요일. 눈을 뜨니 대충 아홉 시. 아무리 늦게 자도 지금까지의 라이프 스타일이란 게 있어 결국 이쯤 되니까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군요. 오토메틱.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다른세상의 엘리스() 상태. 일어날까 했지만 형들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겠고 저도 아직 졸렸으므로 다시 머리를 푹 박았습니다. 일찍 일어나도 수면부족이 어디 가진 않는 모양. 그래서 다시 잤습니다.
잤습니다, 잤습니다, 잤습니다...
...결국 형들이 눈을 뜰 때까지, 그러니까 점심 12시가 넘을 때까지 내리 잤습니다................. 진짜 징하게도 자는구나... 무심코 생각. 이건 늦잠 수준이 아니잖아!! 전날 "1시까지 자야지" 하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설마 진짜로 그럴줄이야. 동면 중인 곰인가요 형들!? 참고로 우리 외에 다른 자던 사람 전원 나가고 없었습니다... 여보세요 일어나라고!
그리하여 간신히 정신을 몸에 이어붙이곤 어기적어기적 탕 속에 들어가 씻고 온천을 즐긴 후 나왔습니다. 문득 앗 사진을 안찍었다!! 테라스로 보는 해운대는 명장면이었는데!! 속으로 통탄한 것을 제외하면 별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그렇게 씻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내려와 빈 위장에 음식을 쑤셔넣었습니다. 어제 밤 그렇게 먹어대도 이 시간이 되니까 역시 배가 고프더군요. 먹은 것은 평범한 국밥이지만 그 맛은 어머니의 맛? 아무튼 맛있었습니다ㅎㅂㅎ
식사를 하고 나와서 다같이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서 사이좋게 나눠먹은 후 드디어 헤어질 시간. 시간은 한 2시 30분? 잘 기억은 안나지만 3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집에 연락 하나 안했구나, 뒤늦게 식겁. 그리고 서로 간단히 작별인사한 후 제 갈길을, 그러니까 형들은 영화 보러, 난 집으로, 그렇게 제 갈길로 갔습니다.
이걸로 이야기는 저의 끝입니다. 모임이 끝난 후의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고 에피소드랄까 그런 것도 별로 없었지만, 모임 못지않게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바닷가에서ㅎ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 뒤늦게 생각해보니, 서로 핸드폰 번호까지 주고받고 헤어진 사람들도 있는데 전 잠도 같이 자놓고(실제적 의미입니다) 서로 이름도 몰랐다는 참상이=_= 마지막까지 형, 동생이었던데다 생각해보면 대화도 별로 안나눴던 듯. 아니 거기다 월요일이면 서울 올라가는 사람들인데 폰번호나 알아봤자 별로 연락할 일도 없을 듯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다지 깊은 뭔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연하라(<최연소) 조금 친절했던 것 뿐이었는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역시 그냥 끝내버린 것은 조금 서글프군요. 안그래도 집안사정으로 밤에 나가는 게 가능하나 외박이 가능하나, 부산에서는 있기 힘든 인연이었는데. 조금 억지로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최소한 친구사이 회원이기라도 한다면 좋겠는데)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수 |
---|---|---|---|---|
6544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 바 +2 | 게이토끼 | 2008-10-06 | 1372 |
» | 그날 밤-새벽 모임이 끝난 후에 +3 | 펠 | 2008-10-06 | 1177 |
6542 | 친구사이 번개 후기 +4 | 펠 | 2008-10-05 | 1128 |
6541 | 부산 영화제 번개 후기 +7 | 아니 | 2008-10-05 | 1083 |
6540 | 게이토끼와 차돌바우가 합체하면 +3 | 예고편매니아 | 2008-10-05 | 937 |
6539 | Would you give your hands? +2 | Mr 황 | 2008-10-04 | 1037 |
6538 | 뜨거웠던 대구.. +4 | Timm | 2008-10-04 | 829 |
6537 | 남자 시계는 없나요 +1 | 데이비드 | 2008-10-04 | 867 |
6536 | 해운대에서 만나요!! - 친구사이 부산 번개 +2 | 기즈베 | 2008-10-02 | 1509 |
6535 | 농부게이님 도와주세요.. +2 | 칫솔사랑 | 2008-10-02 | 1361 |
6534 | 제3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Naked" +5 | 짝퉁홍보녀 | 2008-10-01 | 918 |
6533 | 칼란코에 기르는 법 | 농부게이 | 2008-10-01 | 1307 |
6532 | <font color=red><b>서버이전 완료~!!!</b></font> +8 | 차돌바우 | 2008-09-30 | 943 |
6531 | <font color=red><b>홈페이지 호스팅 업체 이전상... +9 | 차돌바우 | 2008-09-30 | 1024 |
6530 | 동인련 웹진 "랑" 9월호 - 누구를 위하여 돌을 던... | 동인련 | 2008-09-30 | 703 |
6529 | 이적단체들이 북 사주받아 촛불 배후조종? | 국보철 | 2008-09-29 | 702 |
6528 | <font color=red><b>신서버로 데이터를 모두 옮겼... | 차돌바우 | 2008-09-29 | 758 |
6527 | 이게 다 기즈배 탓 | 안티기즈배좀빌리자 | 2008-09-29 | 749 |
6526 |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관련 로슈사 규탄성명에 ... +125 | 기즈베 | 2008-09-28 | 16711 |
6525 | 행복한 토요일 +1 | 짐사랑 | 2008-09-28 | 896 |
부산친구라도 사귀어 놓으면 조금은 좋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