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녀 님, 저는 만리녀 님의 숨은 팬 백리동 욱사랑입니다.
요즘은 만리녀 님의 책에 푹 빠져 있답니다.
평소 같으면 책 한 권 덮는데 6 개월이 걸리지만 일주일만에 벌써 200 여 페이지를 읽어 버렸습니다.
주옥 같은 문구는 쪽지에 적어 넣고 다니며 하루에도 서너 번 꺼내본답니다.
때마다 감동하며 눈물이 핑돌아 하늘을 보고 껌벅거려서 뒷목이 조금 땡깁니다.
오늘 글쓰기 버튼을 누른 것은 다름 아니고
종로 안 이쁜 애들의 추태를 고하고자 함입니다.
지난 일요일, 저는 오랜 만에 종로 나들이에 나서 새로 생긴 전집에서 팬미팅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막걸리가 얼큰하게 들어가자 처음에는 다소곳하던 몇몇 애들이 갑자기 성깔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제가 몇몇 회원에게만 애정의 특혜를 베푼 것이 화근이었지요.
왜 자기는 사랑하지 않느냐.
왜 끼사랑, 몽사랑만, 한사랑만 있으냐.
정사랑, 경사랑, 노사랑, 천사랑, 마사랑 등등도 만들어라.
당장 집에 들어가 글을 써주지 않으면 가게 처마에 목을 메겠다는 둥
신장개업 전집 앞에서, 애정없인 못 살아, 파업할 태세였답니다.
아니 이런 미모의 무한 경쟁시대에 애정의 공산주의, 관심의 균등분배라니요.
만리녀 님이 계셨으면 가슴에 얼굴을 파뭍어 왜면해버리면 되었을 것을
어처구니 없는 억지강요를 혼자 받아주느라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안 이쁜 애들의 대성 통곡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답니다.
만리녀 님, 저는 종로를 떠나 만리녀 님이 계시는 이태원을 그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수모를 꾹참고 한푼 두푼 모으다 보면 곧 이태원 행 버스 토큰하나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지금은 그것만이 제 희망입니다.
만리녀 님, 방콕, 홍콩 다 좋지만 걔들 사랑은 그냥 척일 뿐 모두 가짜랍니다.
클럽에서 날아드는 추파를 마지못해 챙기시더라도 이것만은 꼭 잊지 말아주십시오.
진짜 사랑은 저 욱사랑의 것 뿐이랍니다.
만리녀 님, 안 이쁜애들의 만행은 제가 낱낱이 인터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이 반드시 기사화되서 미모의 가치전도 시도를 애당초 뿌리뽑아야 합니다.
만리녀 님, 사랑합니다.
(추적걸, 지금 갸웃갸웃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