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석유사 CEO 동성애 숨기다 300억 날려
[한국일보 2007-05-03 00:48]
영국의 석유 메이저 BP의 최고경영자(CEO) 존 브라운(59)이 남자 애인 때문에 1일 전격 사임했다. 불명예 조기 퇴진으로 브라운은 보너스 700만달러와 주식 2,400만달러를 받지 못하게 됐다.
브라운이 동성애자란 사실은 BP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고, 영국이 동성애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지만 그가 끝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브라운의 세대는 게이란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고, 가능하면 숨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은 2002년 인터넷의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제프 셰발리어와 만나 4년간 교제했다. 이후 헤어진 셰발리어가 타블로이드 신문 ‘메일 온 데일리’에 브라운이 게이라고 폭로하려 그는 지난 1월 법원에 보도금지를 요청했다.
심리과정에서 브라운은 셰발리어와 ‘배터시 파크’에서 운동을 하던 중 처음 만났다는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위증사실이 알려지고 기소위기에 처하자 그는 사임을 선택했다.
사임성명에서 브라운은 “모든 사실이 공개되는 게 두려워 실수를 했다”며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1년 재직기간에 공과 사를 연관시킨 적이 한번도 없다”며 “나의 성적 취향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보도대상도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이런 브라운을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에 비유하며 ‘인과응보’라고 평했다.
브라운은 1966년 BP 입사 이후 승승장구하며 95년 CEO에 오른 뒤 재정압박에 시달리던 BP를 세계 최고의 석유 기업으로 이끌었다. 그의 재임기간 BP 주가는 250%나 올랐다.
그는 90년대 암코, 아르코를 인수하며 업계의 인수ㆍ합병(M&A)을 주도했고, 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석유기업도 가장 먼저 인수했다. BP는 후임 CEO에 토니 해이워드를 임명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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