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m Mertens
취향과 상관없이 잠깐, 흔들릴 수도 있어요.
휘파람을 불 줄 아는 남자. 저는 구강구조 때문인지 아니면 어렸을 적 먹은 생선가시가 목젖 어딘가에서 화석으로 변해선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휘파람을 불 줄 모릅니다.
이번 영화 찍으며, 남자 스텝들에게 휘파람 좀 불어봐달라 부탁했는데, 한결같이 젬병이었어요. 스텝 중 유일하게 그나마 휘파람답게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사람은 조연출 은경 씨.
이상하게도 이건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니, 가만 보면 낮은 음성으로 휘파람을 근사하게 불어제끼던 제 아버지 때문인지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는 유일한 소리 페티쉬.
그러니까 아까 밤에 시골집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는 휘파람 분답시고, 꼭 감기 걸린 뱀처럼 쉬쉬거리다 "너 뭣허냐? 반벙어리 아들인가?" 하고 타박을 듣기도 했고, 일 끝내고 저기 어둔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자니, 그게 말이에요, 그 소리가, 그냥 주책없이 그리워졌다는.
어두운 골목길을 함께 걷다가 3분만 제 옆에서 근사하게 휘파람을 불어보세요. 저 그냥, 꼴깍 기절합니다. 신데렐라에겐 반쪽 유리구두를, 저에겐 근사한 휘파람을. 고거이 접선 암호인 게죠.
Wim Mertens의 "The sense"
BGM, 벨기에 유명 뮤지션 Mertens의 연주곡. 저예산 영화임을 사정하며 갖은 노력으로 간신히, 그리고 그쪽의 흔쾌한 스폰서쉽으로 100유로로 이번 영화에 사용할 수 있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