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기 싫다.
4년 동안 못내 숨겨왔던 이 집에 대한 나의 애틋한 사랑이 너무 커버렸나보다.
짐을 싸기가 귀찮고,
아직도 이사가는 것이 꿈같다.
어제 잠깐 이사갈 집을 처음 가봤는데 그 이후로 더욱 그렇다.
4년 동안 알게 모르게 이 집을 드나들었던 나의 남자들도 그렇고.^^
이 동네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익숙해졌던 밥집들.
책구경 한답시고 자주 드나든 서점들.
이사갈 곳은 주택가다. 몇몇 집들은 담을 허물고, 서로 집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오픈(?)하고 살고 있다. 아마도 작년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의 영향인듯 한데.
주인 아줌마도 낯설고, 집도 낯설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기쁨을 자축해야하는 마당에 왜 이리 가기 싫은지.
학생일때도 나는 2월말과 3월초에 이 무렵은 내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익숙해져있던 것들과 이별하는 것이 내게는 고통이다.
안그래도 마음이 아픈데 공기도 차니.
한때는 미국처럼 가을에 시작하는 학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많았다.
덥고 지루한 여름이 끝나고 깨끗한 가을이 시작할 즈음에.
어제 올라오신 어머니는 부엌 살림을 정리하신다.
정리는 내가 가장 귀찮아하는 것이고, 그 동안의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3분간
이 집에 대한 추억을 기념할란다.
머리 한번 쥐뜯고 짐 싸야지 싶다.
내 주위에도 나 말고도 이사할 넘들이 많더만.
집들이는 한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