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투사부일체 문제제기…“부적절한 소재 미화 청소년 악영향 우려”
[국민일보 2006-02-06 18:56]
영화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조폭 코미디 ‘투사부일체’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에 따르면 왕의 남자는 5일까지 전국 945만여명을 동원했으며 9∼10일쯤 1000만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 정준호 주연의 투사부일체 역시 현재 추세대로라면 ‘가문의 위기’(566만명)가 보유한 조폭 코미디 영화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흥행가도를 달리는 두 영화가 동성애와 학교폭력을 각각 미화시키는 내용으로 관객의 대다수인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광대 공길과의 애틋한 사연을 다룬 왕의 남자는 작품성 면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남성끼리의 입맞춤 등 동성애 장면에 대한 여과장치나 심층 분석 없이 무차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예쁜 남자’ 이준기를 내세운 포스터와 ‘왕의 남자’라는 제목에 숨은 동성애 코드가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표피적이고 감각적으로 유포되고 수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왕의 남자의 동성애 부분은 사극과 광대패 놀이라는 안전 장치 속에서 사랑으로 환원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 영화의 장점은 정치적 권력과 사회에 대한 풍자가 살아 있다는 것인데,여장남자의 동성애 코드가 더욱 강조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도 “동성애를 연산의 특이한 면모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투사부일체의 경우 전편을 그대로 답습한 유머로 학교폭력을 미화시켰다는 점에서 작품성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음모와 배신 폭력이 난무하는 조폭영화라도 웃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기획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이 두 영화는 모두 15세 이하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강진구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는 “두 영화는 동성애와 조폭 문화에 대한 부정적 개념을 희석시키고 새로운 문화 코드로 미화시켰다”면서 “특히 투사부일체는 한국 사회 제도권 내에 있는 학교 비리를 제도권 밖에 있는 조폭이 해결함으로써 폭력을 문제 해결의 정당한 수단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폭영화 흥행 시기는 한국 사회가 건강성을 상실한 때와 일치한다”면서 “관객은 영화 속 문화코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주 서윤경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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