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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센터 문 두드렸지만 '바꾸는 게 좋겠다'말 뿐"

[한국일보 2006-02-08 19:27]    


“지금은 잠시 휴전 상태예요.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활달하게 말을 이어가던 현수(가명ㆍ18)가 1년 전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던 날을 떠올리자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어머니는 거의 실신하실 지경이었죠. 두 달 동안은 꼼짝없이 집에만 틀어 박혀 있었어요.”수시로 있는 곳을 확인 받고 매일 귀가시간을 체크 당하는 감시 아닌 감시 생활이 이어졌다. 가출 할까 모진 마음도 먹었지만 가출 뒤 방황하며 살아가는 또래 동성애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이내 접었다.

현수는 어릴 때부터 여성적인 면이 많았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남들과 조금 다르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혼란은 더해 만 갔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청소년상담센터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동성애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바꾸는 것이 좋겠다.’돌아온 답변은 그 뿐이었다. 그 때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확신이 섰다. 중학교 2학년 겨울 그는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그 무렵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후로는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동성애자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수는 그래도 다른 동성애자 친구들에 비해 행복한 편이다.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눠요. 처음에는 절망하시던 어머니도 지금은 강요를 하지 않습니다. TV를 보다가도 동성애 관련 문제가 다뤄지면 스스럼 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단계까지 왔으니까요.” 하지만 커밍아웃 이후 거의 말을 안 하는 아버지와 관계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한창 들떠 있을 시기이지만 그의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부모님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이해를 해주시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제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건 아니에요. ‘아들이 언젠가 이성애자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세월이 흐른다고 어찌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현수는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 “어린 시절 그토록 부끄럽게만 여겼던 내 안의 여성성이 이제는 배우로 성장하는 데 큰 빛을 발할 거라고 믿어요. 냉대와 편견에 맞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든 동성애자를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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