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 인 아메리카 (Angels In America, 2003), 마이크 니콜스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엠마 톰슨, 저스틴 커크
4부작 총 6시간짜리 미국 드라마. 지금까지 본 미국 드라마 중 가장 짜임새가 있는. 2004년 에미 상을 휩쓴 드라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전 '클로저'보다 이 드라마가 낫다고 생각됩니다. 뭐랄까, 노익장의 과시랄까 그런 담백함이 이 드라마에 묻어 있어요. 레이건노믹스와 에이즈로 점철된 80년대를 재사유하는 것부터 특이하고, 그 과거를 사유하면서 힘들고 고통을 감내해야 얻을 수 있는 '조그만한 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그가 미국의 자유주의자로서 착실하게 영화를 찍어온 것의 방증이기도 할 겝니다. 그의 장광설이 다소 버텨내기 힘들긴 하지만, 같은 뉴욕커인 우디 알렌의 수다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주인공들 모두 게이입니다. 알 파치노는 이상하게 그가 호모섹슈얼을 연기할 때마다 어떤 에너지를 품곤 해요. 드라마는 에이즈 파동에 휩쓸린 뉴욕의 군상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종결됩니다. 이 드라마가 에이즈 시대를 다룬 고만고만한 게이 시트콤과 차별성이 있는 건, 진보에 대한 어떤 보편적 믿음을 다양한 판타지와 블랙 유머로 훌륭하게 그려낸다는 점. 미국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적 텍스트로 읽어도 충분한.
알 파치노 아찌와 메릴 스트립 언니의 연기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