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 논평]

우리는 약물을 사용하는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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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동성애가 질병 목록에서 제외된 날을 기념하는 성소수자 평등의 날입니다. 평등에 대한 요구는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일상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친구사이는 이 날을 맞아, 우리 공동체 안에서 고립되어왔던 이름을 호명하려고 합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 불법 약물, 즉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 혹은 단약 후 회복 중인 사람들입니다.

 

오랜 시간 마약을 둘러싼 이야기는 두려움과 침묵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을 오직 처벌과 낙인의 대상으로만 다루어 왔고, 우리 커뮤니티 안에서도 마약 사용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안전하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끊긴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마약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자기 곁에 누구도 부르지 못한 채 혼자 무너지는 우리의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사실을 더 일찍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조건은 일상의 지지망”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임상 연구와 회복의 경험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결론입니다. 약물에 대한 의존은 종종 외로움이 깊어진 자리에서 자라나고, 배제와 낙인은 그 외로움을 더 두텁게 만듭니다. 회복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흔들리고 넘어지고 다시 시작하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 시간을 끝까지 함께 걸어 줄 사람이 곁에 있을 때에야 회복은 가능합니다. 약물 중독 관련 전문가들이 자주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중독의 반댓말은 제정신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세계의 보건과 인권 담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의 여러 기구들은 마약 사용자 건강과 생명의 손상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두는 관점(위해감소), 그리고 회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해 왔습니다. 포르투갈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의료와 상담, 사회적 지원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약물 관련 사망과 신규 HIV 감염을 의미 있게 줄여 왔습니다. 반대로 탈출구가 없다고 공포를 조장하기만 하는 한국의 마약 단속 정책은 약물사용자들을 고립시키고 사지로 몰아넣기만 합니다. 정책엔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몰아내기만 하는 자리에서 회복이 시작될 수 없습니다.

 

친구사이는 약물 사용을 권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약물을 사용하는 친구들을 우리 공동체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아야 합니다. 성소수자 약물중독자들의 자조모임 ‘무지개NA’가 친구사이의 커뮤니티 공간 사정전을 매주 화요일 대관하여 회복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마약 사용과 중독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평등의 날에 우리의 관계망을 나누는 이야기를 더 해봅시다. 약물사용자의 경험을 경청하고, 경험의 끝을 단정하지 않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를 돕는 회복의 과정에 친구사이가 함께 서겠습니다.

 

2026년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맞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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