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갔던 원주(나의 옛애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다니러 들어 왔단다.
녀석이 내게 이별을 통고하고
떠난지 1년 6개월 만이다.
녀석을 알게 된 건 2003년 11월쯤이다.
YMCA에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기획, 운영일을 하던 친구였는데
어쩌다 보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녀석의 집은 원주여서
자주는 못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나 녀석이나 '오래 가지 못할 사이'로 알고 좀 진척이 없다가
불이 붙은 후엔
내가 원주에 뻔질나게 드나들게 되었고(1주일에 4번 정도 출퇴근을 했다)
우린 남부럽지 않은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우린 함께 했다.
녀석과 원주 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보며 미래를 약속했던 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
그러던 녀석이
미국에 가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우리 사이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
내게 다른 사람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 했고
결국,
내게서 버림 받는 것보다는
자기가 먼저 떠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녀석은 이메일로 이별을 통고했고
결국 만나주지도 않더니
미국으로 훌쩍 떠나가 버렸었다.
이게 웬 70년대 영화같은 시츄에이션?
그랬던 녀석이 전화를 했다.
난 녀석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해 누구인지를 확인했고
녀석은 좀 섭섭해했다.
이제 고작 1년 6개월인데
난 녀석의 목소리를 금방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동안 내겐 아이언(현재의 애인)이 생겼고
녀석을 후배로 대할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녀석이 얼마나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가끔 녀석의 미니홈피를 통해 근황도 알고 있었고
사진들도 보았지만
녀석의 내면의 변화가 궁금하다.
녀석도 나와 거리가 생겼을까?
만나면 알게 될까?
유치하게도
원주가 그동안 섹스를 했는지 가장 궁금하다.
난 사랑의 이기주의자인가?
피터맨, 아이언커플님 사랑도 뜨겁게 불 태우자. 불 끄면 큰일났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