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어기 밑에 있는 플래쉬 아래에다 올리려니 너무 길어서 여그다가 올립니다.
## 커밍아웃.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
1. 술기운에, 혹은 홧김에 하는 커밍아웃.
: 맨 정신으로 해도 성공하기 힘든 판국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욱하는 기분으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들. 친구들에게는 먹힐 수 있겠지만 엄숙한 직장 회식자리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좀 곤란하겠지요? 자칫 술주사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고 썰렁해진 분위기 수습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물론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한잔 정도는 용서할 수 있겠지요.
2. 친구 따라, 혹은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기 싫어서 하는 커밍아웃.
: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영숙이가 했으니 나도 해야지? 돈 잘 버는 자영업자에다 독립심 강하고 방패막이 애인까지 있는 영숙이랑, 부모님에게 빌붙어 사는 백수에다 솔로인 나랑 같을 순 없겠지요.
3.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시나리오대로 하는 커밍아웃.
: 퀴어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사는 일이 그렇게 영화처럼, 소설처럼 살아질 거라면 영화쟁이들이나 작가들 다 굶어죽겠지요. 특히나 성정치학이나 심리학 깝죽대면 피박 쓸 가능성 많습니다. 자수성가해서 나름대로 삶의 철학이 확고부동한 부모님이라면 프로이트나 킨제이, 푸코 따위의 딱딱한 이론에 과연 눈 한번 깜짝 할까요?
4. 한번에 끝내겠다고 작정하는 커밍아웃.
: 이 무슨 안성댁 목젖 떠는 소리? 해 본 사람은 다들 그런 경험 있을 겁니다. 모처럼 전화 해온 옛 친구가 시치미 뚝 떼고 ‘넌 아직 결혼 안 했니?’ 라던 일. 무엇보다도 가족들, 특히나 부모님은 쉽게 포기 안하실 겁니다. 아니, 그 분들 입장에선 포기할 수가 없는 거죠. 입 밖에 내지 않을지언정 속으로는 꿍꿍 앓고 계실테구요. 커밍아웃은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야 하는.
5. 좋아하는 이성애자에게 애정고백대신 하는 커밍아웃.
: 감히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이런 분들, 환상은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친구를 잃는 건 물론 욕만 푸지게 얻어먹을 겁니다.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도 찜찜한 기분 엄청 날 거구요. 커밍아웃과 애정고백. 이성애자들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 역시 헷갈려하면 안되겠지요.
6. 온 가족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하는 커밍아웃
: 밥알 붙은 숟가락에 이마 찢어질 각오, 혹은 뜨거운 국그릇에 팬티 적실 각오를 해야겠지요. 커밍아웃! 밥 먹고 합시다.
대충 챠밍스쿨 전야제의 분위기를 업 시키기 위해 몇 가지 생각나는 거 적어봤습니다. 사실 커밍아웃에 원칙이나 ‘잘하는 법’ ‘정답’을 찾기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의외로 쉬울 수도 있는 일이구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이건 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누구에게든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끝까지 속일 수 있다고 우기는 동성애자들. 결국엔 아웃팅 당하고 개망신당할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커밍아웃을 하진 않더라도 언제든지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겠지요. 아웃팅 역시 커밍아웃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