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
되려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군요. 병무청 사무관이란 분의 입이 어찌 이리도 편견에 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퀴어 아카이브 프로그래머 서동진 씨가 한겨레 왜냐면에 송고한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석방하라"라는 글에 붙인 반론 '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에서 박희수 사무관은 현재 한국의 병무청이 어떤 편견의 눈으로 동성애자의 인권을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성전환자 또는 동성애자 등은 보통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게 성적 욕구가 나타나므로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데서 수치심 유발 등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병역처분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인권침해의 독소적 조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박 사무관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병무청 직원 일동에게 감사패를 돌려도 모자랄 판국입니다.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고, 단체 생활에서 수치심을 유발하는 '매우 다른 성적 욕구자들'인 우리 동성애자들이 군대 내에서 여러 지장을 초래하기 전에 '심리적 이상자'로 분류 취급되는 걸 '인권 보호'라고 말씀하시니, 그 은혜에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또 그는 덧붙이기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가셔질 때 '심리적 이상자'와 같은 병무청의 낙인화도 역시 소거될 거라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능동적인 관심을 기울여주시기도 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책임없다. 우리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데, 우리가 뭘 어쩌겠냐고?' 하는 식의 핑계를 대는 수사법도 이젠 상당히 세련되어짐은 물론 가끔 우리의 인권도 걱정해주시고 그러니, 정말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패를 돌려야 할까 봅니다.
우리 감사히 여깁시다. 신검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혹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이상 심리자'로 분류되어 평생 그 낙인 찍힌 서류를 들고 다니는 분들, 군대 생활을 하다 커밍아웃하거나 부적응 반응을 보일 때 육군 정신병원으로 친절히 안내되어 결국 '불명예 제대'를 당하신 분들, 가끔 극단적인 처방으로 군대 내에서 이런저런 왕따를 당하다 자살을 감행하신 분들, 우리 모두 불철주야 우리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 사무관을 비롯한 병무청 관계자들의 은혜를 깊이 가슴 속에 새기며 신검 때는 자동으로 우리는 정신병자예요, 라고 커밍아웃해야 할 것입니다. 그 분들을 편하게 해드려야 하지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딱 한 마디만 하면 될 것 가지고, 어디서 배운 얼토당치도 않는 수사법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를 호도하다니요. 님들은 '대체복무제 불가능하다!'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 아닌가요?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를 그토록 염려하시는 분들이 왜 '군대 내 성폭력법'을 제정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간 계속 무시하셨던가요? 정작 님들은 '군대 내 성폭력법'이 모든 섹스는 이성애로 올인되어야 한다는 이성애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 같고, 군대에 대한 평판도 고려해야 할 듯싶어 이제껏 군대 내에 만연되어 있는 성폭력, 성추행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과 입단속으로만 내내 일관해오셨지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졌다시피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가 전체 15.4%에 달하고 가해자 대부분이 이성애자인 상황에 대해서 여전히 '군기 기강 확립'이란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는 군대와 병무청은 군대 내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 혹은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동성애자들에게 '정신병'이란 레테르를 붙여 쉬쉬하면서 군대 밖으로 추방하느라 참 많은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박희수 씨, 우리가 헌법 제 37조를 어겼나요? 우리가 양심의 자유를 훼손당할만큼, 공공복리와 국가안전을 해쳤던 건가요? 님은 지금 제 37조를 들먹이며 병무청 앞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가 구속되어도 마땅하고, 군대 내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는 정신병자로 취급, 육군병원에서 정신 감식을 하고 밖으로 퇴출하거나 이 군대 저 군대로 뺑뺑이질시키는 게 온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님들은 공공복리, 국가안전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님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성 폭력범들이며, 자기 성 정체성과 양심에 준해 병역거부한 사람을 또다시 감금하고 있는 겁니다.
군대 기강 해칠 생각 없습니다. 대인관계에서 수치심 유발할 생각 없습니다. 우리는 동성애자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군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동성애자들이 많듯, 군대 앞에서 절망하는 동성애자들이 또한 많습니다. 자기 섹슈얼리티에 기반한 선택권을 무자비하게 '정신병'으로 몰아세우고 국가기강 운운하며 불명예의 낙인을 찍어대는 님들이야말로 양심을 운운할 자격이 없습니다.
대체복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안 중 하나일 것입니다. 시급히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여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유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 게 님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왜냐면 : 반론 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
박희수/병무청 선병국 병역정책과 사무관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4/04/001062000200404181948157.html
왜냐면 :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석방하라
서동진/문화평론가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4/04/001062000200404071925151.html
"보통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게 성적 욕구가 나타나므로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데서 수치심 유발 등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난 솔직히 보통 사람들보다는 성욕이 강한 편이고 취향도 폭넓은(?) 편이지만 군복무 기간 동안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지도 수치심을 유발하지도 않았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군복무기간 동안 포상 휴가도 여러번 나왔다.
쓰발, 우리도 취향이 있단 말이야.
아무하고나 그걸 하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안봐서 그렇지만 박희수씨 넌 내취향 아니니까 걱정 좀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