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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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nis 2004-01-07 14: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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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독일 노동자가 시베리아에 일자리를 얻었다. 검열관이 모든 우편물을 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는 친구들에게 “우리 암호를 하나 만들어 놓자. 나한테 받은 편지가 흔히 쓰는 파란 잉크로 씌여 있으면 진실한 거고, 빨간 잉크로 씌여 있으면 거짓이야.”하고 말했다.

한달 뒤 그의 친구들이 파란 잉크로 씌여진 첫 편지를 받았다. “여기는 모든 것이 훌륭해. 가게에는 상품이 가득하고 아파트는 따뜻해. 자네들이 얻을 수 없는 것은 단지 빨간 잉크야.”


2.
"좋아?"
"응."
"나 이뻐?"
"응."
"나 멍청하지 않지?"
"응. 똑똑해."
"나랑 있는 게 지겨워?"
"아니, 무척 재밌어."
"그런데?"
"단지 널 사랑하지 않는 것뿐야."


3.
절도범이 주저리주저리 애인에게 줄 선물을 들고 단꿈에 젖어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꿈, 희망, 약속, 다짐..... 부푼 언어들이 그의 머릿속을 휘돈다. 에스컬레이터가 상승한다. 덩달아 그의 꿈도 상승한다.
단지, 에스컬레이터 정상에서 가만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경찰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4.
내게 없는 그것 하나, 빨간 잉크.
오롯이 현전하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고장난 브레이크.
있다, 없다, 반짝거리는 저 위험한 신호등 밑에서 빨간 윙크를 날리는 자의 음험한 미소.

내겐 빨간 잉크가 없다.

황무지 2004-01-08 오전 09:57

단지.. 널 사랑하지 않을 뿐이야... ㅠㅠ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