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지난 1월 말 부터 20주년 기념행사 준비 팀이 한달에 한, 두번 정도 회의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친구사이가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2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로 각자는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회원들과도 나누고, 더불어 이를 녹여 기념행사에 그 의미를 담은 행사를 기획하고자 합니다. 


몇 번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난 2004년 10주년 기념식 '두 번째 커밍아웃'의 준비 과정을 알아보면서, 10주년 의미는 어땠는지 들어보았습니다. 또한 계간지 진보평론의 2011년 가을호에 실린 '친구사이'와 한국 게이인권운동 이라는 글을 통해 친구사이의 활동들을 엿보면서 토론을 하기도 했었지요. 지난 4월 29일 회의에서는 준비팀에 참석하는 각자 회원들이 자신과 관련한 활동 분야 또는 관심분야를 통해 친구사이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지난 29일에 나눈 글 중에서 몇 가지를 회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친구사이가 20년을 맞이하는 의미에 고민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우선 회의 석상에서 나누고자 했던 글이기에 일부는 불친절할 수 도 있는 글일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2008,9년 이후로 친구사이에 활동한 회원인

돌찐님이 인권단체로서의 친구사이에 대한 짧을 글을 보내줬습니다. 


---------------------------------------------------------------------------------


친구사이와 인권운동  - 인권단체로서의 친구사이  (친구사이 회원 - 돌찐) 

 

 

2009년에 대구에서 친구사이 사람들과 함께 스톤월 항쟁을 다룬 영화 <스톤월(제목이 맞는지...;;)>을 보면서, 클럽 스톤월에서 벌어진 이름 없는 언니들의 투쟁이 친구사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참 좋았어요. 대의와 명분이 앞서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내기 위해서 세상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스톤월의 언니들이 친구사이 사람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창한 운동과 이론이 아니라 존재와 자연스러운 욕망으로 이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고발하는 느낌. 영화 <스톤월>에서도 그렇잖아요. 양복을 빼입은 엘리트 동성애 인권활동가들은 클럽 스톤월의 퀴어들을 외면하지만 결국 정치를 만들어낸 것은 클럽의 퀴어들이었잖아요. 말과 주먹이 아니라 온몸으로 나도 인간이다라고 항변하는 느낌. 존재 그 자체가 갖는 힘. ‘우리는 왜 안 되냐?’는 질문을 너희는 왜 그러냐?’는 질문으로 바꿔낼 수 있는 힘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내 기억으론, 그 영화를 같이 본 재경 언니가 영화를 본 후에 어머, 완전 친구사이다, .”라고 했었는데, 나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친구사이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인권단체와는 다른 느낌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사이가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 전엔 친구사이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보이는 모습은 친구사이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가기도 하는 한편, 다른 인권단체들과 더 비슷해지고 있다는 약간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뭔가 가끔은 이슈와 성명서가 앞서는 느낌이랄까, 또 가끔은 착하고 올바른 게이이미징을 하는 느낌이랄까. ‘인권 모범생같은 이미지 있잖아요. 보편성, (), 정의, 절박함(동정) 등은 인권운동의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권단체들이 빠지는 함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친구사이 역시 이러한 함정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그런 사회적 통념을 운동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말리지 않으려면 그에 대한 보다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더라고요.(이건 친구사이뿐만 아니라 다른 인권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그런 점들에서 친구사이의 다른 면이 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친구사이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어느 조직이나 다 그렇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친구사이의 장점: (회원)대중조직, 그리고 대중조직적 마인드.(일단 이게 갖고 있는 의미가 참 많고 다양하죠.) 다재다능한 회원 역량. 게이 인권운동의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함께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언니들의 존재. ‘대표적게이 인권단체라는 위상 등.

 

내가 생각하는 친구사이의 아쉬운 점: 한국 게이 인권운동의 큰 흐름에 대한 전망 부족.(역사를 통한 현재의 이해,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 전망 고민) 운동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이론의 부족.(이론이 앞서는 운동도 문제지만 이론이 없는 운동도 문제이지 않을까) 결국 이는 친구사이 운동의 방향성/지향/노선/정체성과 관계있는 문제인 듯.(어떤 정체성을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가고 있는가) .

 

요즘 친구사이 내부에서도 근래 들어 친구사이가 많이 변했고 또 지금이 변화하는 시점에 있다고 보는 견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이 친구사이에게 중요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해요. 이럴 때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조직과 활동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조직과 활동의 정체성을 구성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합의하고 이어나갈 것인지 등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친구사이로서 정말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 친구사이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더 그렇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친구사이가 착한 인권운동/시민권 운동보다는 좀 더 게이들의 욕망을 드러내면서 이 사회의 가부장적-이성애 중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우리는 왜 안 돼?’보다는 너희는 왜 그래?’) 게이 커뮤니티로 더 들어가면서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큰 방향에서요.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1744 레이디가가 분장 열풍 가가 2014-05-11 901
11743 한빛 대 리수 +1 민아 2014-05-11 919
11742 [제4회 SOGI 콜로키움] 군형법과 동성애 종순이 2014-05-10 1931
11741 20주년 기념행사 준비하면서 나온 글들 몇 가지 3. +1 종순이 2014-05-10 923
11740 20주년 기념행사 준비하면서 나온 글들 몇 가지 2. 종순이 2014-05-10 674
» 20주년 기념행사 준비하면서 나온 글들 몇 가지 1. 종순이 2014-05-10 721
11738 다큐 <슬기로운 해법> 친구사이 회원 대상 시사회... +4 종순이 2014-05-09 903
11737 여섯번째 웹툰. +3 Sander 2014-05-09 870
11736 [논평] 올리브 채널 <셰어하우스> 김재웅씨의 ... 종순이 2014-05-09 874
11735 갑자기 그들이 전문가가 되었다. 박재경 2014-05-09 824
11734 엄마한테 차마 못한 이야기! - 남달랐던 우리들의... +3 종순이 2014-05-07 867
11733 회원가입에 관한 문의 +2 까만콩 2014-05-07 4187
11732 한 동성애자의 고민에 대한 dc 식물갤의 답변 +4 지나 2014-05-07 2887
11731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Love Conquers Hate) 메... KQCF 2014-05-06 1406
11730 퀴어문화축제 후원을 위해 'L-BAND 주최, 퀴어바... KQCF 2014-05-06 1284
11729 5월 10일 책읽당 - 그의 슬픔과 기쁨 라떼 2014-05-04 1043
11728 [퀴어문화축제] 여러분 없이는 2014 퀴어문화축제... +1 퀴어문화축제 2014-05-02 962
11727 안녕하세요. 동성애자의 이해가 있으신 변호사를 ... +5 sdfk 2014-05-02 1109
11726 또 웹툰 방출 5 +12 Sander 2014-05-02 2066
11725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네요 '-' +1 고슴도치_233987 2014-05-02 918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