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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2004년 청소년 인권학교 기획단에 QIS 소속으로 참여했다가, 친구사이 뿍 빠져버려 이후 사무국장, 대표, 감사 그리고 법률지원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가람님의 글입니다. 


친구사이 활동과 더불어 희망법에서 일하면서, 성소수자 제도 개선 운동에 주력하면서 친구사이가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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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와 성소수자 관련 제도 운동

가람

 

1.

 

성소수자 관련한 제도 운동은 보통 크게 네 가지 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 동성애 비범죄화, 2) 차별금지, 3) 가족구성권, 4) 성전환자 성별정정이 그것이고, 앞의 1)부터 3)까지는 서구의 경우 단계적인 제도화의 경험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 대입해 보면 1) 동성애 비범죄화는 군대의 영역에 한정된 군형법 제92조의6이 존속하고 있어서 여전히 범죄화 조항이 남아 있고, 2)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일정 부분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3) 동성혼, 시민결합 등의 법제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4) 성전환자 성별정정 제도는 특별법 마련이 필요하나 대법원 판례와 예규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청소년, 학교, 군대, 직장, 교도소 등 수용시설, 시설.재화.서비스 등 이용, 형사절차와 사법절차 등 각 영역에서의 차별과 폭력의 방지 문제, HIV/AIDS와 트랜스젠더 의료조치 등과 관련한 건강권의 보장과 증진 문제, 혐오범죄와 혐오표현의 규제 문제, 관련하여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규제 문제, 표현의 자유 보장 문제, 단체의 결성 등 결사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문제, 자살예방 등과 관련한 생명권 보장 문제, 양육.출산 등의 재생산권 문제(가족구성권의 일부이기도 함),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박해로 인한 난민 인정 문제, 전반적인 인권증진 정책의 마련으로서 인권증진계획의 수립, 데이터 수집, 대중교육 활동의 공식적인 마련 문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문제, 더 나아가 해외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정책 마련 문제, 국제기구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문제 등이 제기된다.

 

2.

 

이러한 권리제도의 문제는 사실상 성소수자의 전반적인 삶과 삶의 질에 관련한 것과 관련되지만, 이러한 제도 보장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과 관련한 사회적인 인식과 편견, 담론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 성소수자의 전반적인 권리의 확보와 삶의 질 향상에도 이러한 제도들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성소수자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이러한 제도 보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제도들이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제도와 담론의 관계 속에서는 담론의 변화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사회에 만연한 경우 입법부나 행정부는 나섰다가 오히려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이러한 제도 마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 역시 이와 유사하지만, ‘그나마소수자 보호를 그 소임으로 하고 있는 이상 일정 정도 자율성을 보다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는 이로부터 가장 자유로움은 물론이다.

 

 

3.

 

친구사이의 제도 관련한 운동들을 살펴보면, 교과서 개정 투쟁에 대한 참여,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었었던 동성애 조항의 삭제 투쟁에 대한 참여, HIV/AIDS 예방 및 감염인 인권 정책/법에 대한 참여, 차별금지법 투쟁,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투쟁,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투쟁, 성전환자 성별정정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참여, 가족구성권 연구모임 및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참여 등 이제까지 제기된 제도와 관련한 거의 모든 영역에 참여를 해 왔다.

 

특징적인 것은 친구사이는 이러한 활동들을 주로 연대체를 통하여 해 왔고, 독자적인 기획이나 추진을 해온 바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무렵 독자적으로 제기되었던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의 해라는 모토는 아젠다를 던지는 정도였고, 구체적인 운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시안이 나왔을 때에도, 친구사이는 그에 대한 의견을 낸 5개 단체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것의 작성을 위한 회의에는 참여하지는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독자적 진정도 현재의 헌혈문진표에 대한 진정, 부대관리훈령에 대한 진정(이상 모두 각하), 최근의 종로서의 마약사건 보도에 대한 진정 정도가 있었던 듯하다.

 

이것은 방어적이거나 대응을 위한 운동의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운동의 방식, 즉 직접 어떠한 차별적인 법이나 관행을 바꾸는 것을 제기하거나 새로운 법이나 제도의 마련을 제기하는 방식을 주된 운동의 방식으로 채택하지 않아왔던 것과도 연관된다. 이것은 친구사이만의 활동방식이라기보다는, 이제까지의 성소수자 운동단체들의 주된 활동방식이기도 하다.

 

4.

 

연대를 통하든 독자적이든, 제도와 관련한 운동은 그 성격상 주로 소수의 인원이,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친구사이의 이름으로 참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이 게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회원단체라는 친구사이의 정체성과 조화되지 않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회원간의 정보의 격차, 인식의 격차, 참여의 격차를 낳게 됨으로써 친구사이의 전체운영진 또는 담당자사이에서 해당 사안에 관한 거리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위와 같은 속성은 새로운 멤버가 관심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활동에 참여하기 힘들게 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운동에 있어서 대중적인 참여가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친구사이는 적지 않은 회원들이 집회, 농성 등에 참여해 왔고, 그 인원은 다른 단체에 비하여서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친구사이는 서울시의회 앞에서의 송년회 개최, 지보이스의 공연 등을 통한 대중적 참여가 돋보였다. 이에 더하여 친구사이의 월례 캠페인은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운동, 교육감 선거,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 최근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개악 사태에 대한 서명 등에서 보듯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이러한 참여에 대한 적극성이나 이해도는 앞서 말한 거리감이나 공유의 불충분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상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론 보인다. 일부 회원의 경우 이에 대해서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와 관련한 사업을 담당한 회원은 자신의 활동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5.

 

최근 제도 관련한 운동에서 친구사이의 역할이 돋보였던 사건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한 운동에서였다. 주민발의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도 성소수자 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거리 캠페인에도 다수가 여러 차례 참여하였다. 한편, 조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성적지향.성별정체성과 관련한 다양한 조항들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제안이 일부 수용됨으로써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지역의 학생인권조례가 차별금지조항 하나만이 성소수자와 연관되었던 것과는 달리, 소수자 학생의 보호 차원에서 특별한 인권보장 조항들이 삽입되는 결과에 이르렀고, 이것은 서울 이후의 다른 지역 조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것이 얼마나 친구사이의 역량이나 성과로 해석되는가는 다른 차원이다. 꼭 이에 대한 긍정적인 외부의 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내부의 긍정적인 평가나 성과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았던 듯하다. 이러한 평가는 친구사이 회원들의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나 자긍심과 연관되므로, 이러한 것 역시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공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6.

 

친구사이는 직접적인 제도 관련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들을 벌임으로써 제도 운동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제도 운동은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운동으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인식과 담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2차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보다 중요한 활동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친구사이가 제도 변화를 이끄는 데 주목을 한다면, 이러한 외부를 향한 활동, 사회를 향한 활동을 더욱 벌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친구사이가 게이 커뮤니티의 내부 역량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이보다 더 간접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운동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는 장기적으로 사회 변화를 위한 주체성을 기르고 자력화하는 기회로서 파악된다.

 

7.

 

성소수자 관련 제도운동과 관련해서 앞으로의 전망을 고민해 보면, 친구사이가 성소수자 관련 제도 개선에 앞장서는 친구사이라는 비전을 어떻게, 어느 만큼을 공유하고 추구하고 필요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친구사이가 회원 역량 강화부터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 제도를 위한 활동 등의 모든 일들을 할 수 없으므로, 자원의 분배나 친구사이가 가지는 위치의 설정과도 연관된다.

 

그렇지만 친구사이의 욕망과 역사, 친구사이에 대한 기대를 함께 고려해 보더라도,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운동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운동은 주요한 활동으로서 남을 것이고, 이외에도 회원들/커뮤니티의 욕구와 현실을 반영한 제도들의 변화 또는 기획 역시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먼저 담당자들의 활동과 고민이 충분히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시간과 역량의 배치, 회원 간 또는 적어도 운영위 내에서 공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의 형성(어느 단체의 경우 최대공유의 원칙’), 내부적인 기록과 평가, 개인보다 팀 단위 또는 2인 이상이 참여하는 방식의 활동이 필요하고, 커뮤니티 욕구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자체적이고 장기적인 기획과 역량 투여 역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정권 이후 관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고 절차의 기간이 짧은 국가인권위의 활용 역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성과를 추구하다 보면 이러한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들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점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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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