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친한 후배가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친한게 아닌, 제가 한때 많이 좋아했던 친구이지요.
대학교 2학년때 처음 만난 친군데, 그 친구는 당시 신입생.
같은 고향권에서 올라와서, 순진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참 좋더라구요. 착하고, 귀엽고..
그 모습에 끌려 혼자 가슴앓이하며 좋아했던게 벌써 10년전.
다행히 군대가면서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게 됐고,
지금은 정말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지요.
하지만 전 그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줄수 없었어요 그동안.
사실 그 친구는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자기 교회 나와보라고, 수련회 가자고, 성경공부하자고 하는 말에 거절할수밖에 없었어요.
나도 크리스찬이지만. 하나님 말씀이라는 성경으로는 도저히 해석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그런데 후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저를 위해
기도하고 원하고 있었더라구요..
수련회 못간다고 하니까 눈물까지 흘리고;
언젠간 말해야지 했는데, 그 친구의 울먹거림에 이제는 말할때라고 생각해서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냥 자기 마음 말하는데, 그 마음이 통하지 않을까봐 거부당할까봐 제일 망설여지는게 커밍아웃인것 같습니다.
"내가 왜 그동안 너의 부탁을 못들어줬는지 말하고 싶어"
"언넝 말해요 형. 뜸뜰이지 말고ㅋ"
"너 나 이상하지 않았어? 너 신입생때 내가 너한테 엄청 잘해줬잖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 근데 그건 왜?"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사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남자야.."
잠시 침묵. 그러나 이내 후배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면서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맘에 걸리는게 있어서.. 그동안 니 부탁 못들어줬어. 정말 미안해..
그래도 지금은 좋은 사람 만나서 같이 교회도 나가고 행복해.:
"괜찮아 형.. 형이 지닌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다가갔으면 좋겠어"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동생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리곤 결국 펑펑 울었네요. 왜 그동안 말 못했는지..
이해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말해주는게 참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내모습 그대로가 좋다고 얘기해주는데.. 왠지 서로 간의 관계에서 한발짝 더 다가간 기분이랄까?!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게,
'진심은 항상 통하는 법이다'라는 것입니다.
진심을 다해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결국엔 통하리라 믿어요.
그동안 제 커밍아웃을 들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아직도 제곁에 있듯이.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이게 내 모습이라고..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한명한명 진심으로 다가고 싶습니다, 정말로.
와, 크리스 축하드려요.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죠.
그 동안의 마음고생은 다 잊으시고
앞으로 후배분이랑 좋은 관계 지속해나가시길 :)
오랫동안 마음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일단 토닥토닥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게다가 후배분께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참 고맙고 다행스럽네요 ^.^
성경에도 (재)해석의 여지가 있고
당시 정치, 사회, 문화를 연구할수록
기존 관점하고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으니
신앙이랑 성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작년에 친구 사이 인권상을 받으신
향린 교회 임보라 부목사님이랑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처럼
편견에 맞서시는 기독인들도 계시구요.
암튼 후배분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관계
오래도록 이어나가시고,
마음의 평온을 누리시길 빕니다.
그리고 종교가 없거나 다르더라도
친구 사이에 나오셔서 친구 만드시고
다양한 사람하고 얘기 나누시면
더더욱 의지가 되고 힘이 날 수 있으니
후배분께 그러셨듯이 용기 내보시구요 ^_^
(혹시 이미 나오신다면 죄송해요.
요새 회원이 너무 많다보니 제 기억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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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케빈 애인 크리스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네 ^^;;;;
암튼 추카추카 + 화이팅! ^ㅁ^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