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차별금지법 만들고 싶다”
커밍아웃 일본 정치인 오쓰지 서울에
정유경 기자
“일본에서는 성적 정체성 때문에 목숨을 끊는 젊은 성적 소수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보이는 존재가 됨으로써 살아갈 희망을 전하고 싶었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최초로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정치인인 오쓰지 가나코(32·사진)는 2일 〈한겨레〉와 만나 “정치인으로서 커밍아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주최한 ‘한국에서 성적소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가족들을 위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방한했다. 2003년 일본 오사카 부의회의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레즈비언임을 스스로 공표해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다.
“처음 레즈비언임을 공표했을 때 주변에서는 제게 어떻게 말을 걸지 난감해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일본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동성애를 하면 지옥에 떨어질 것’과 같은 동성애혐오증은 없지만,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차별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지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그는 이 ‘불편한 침묵’을 깨려면 “보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 중 한 명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점차 사라질 겁니다.”
그는 2005년 자서전 〈커밍아웃〉을 출간하며, 도쿄에서 열린 레즈비언 게이 퍼레이드의 개회식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등 “보이는 동성애자”로서 많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임기 중에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공공주택 임대자격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에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참의원 선거 비례대표로 출마했다가 떨어졌지만, 계속 정치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동성애자의 결혼을 인정하는 법안과 동성애자차별금지법안을 만들고 싶습니다.”
1995년 한국에 들어와 태권도를 배웠고, 2002년에도 월드컵 경기를 보러 방문했다는 그는 “아직 성적 소수자 의원이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 소수자 운동은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권운동입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걷어내는 일에 한국 인권운동가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유경 기자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