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토크] 쓸데없는 질문 "당신 변태야?"
[2007-07-22 17:11 입력]
사람은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의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도 다르고, 섹시하다고 느끼는 속옷 스타일도 다르다. 선호하는 체위도 다르고, 좋아하는 섹스 장소도 다르다.
신음소리 스타일도 다르고, 조명을 선택하는 취향도 다르고, 포르노를 고르는 데도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애초부터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마음을 터놓고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설사 좀 다르더라도 우리는 '내가 섹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상대방과 조화하려고 노력하지, 대 놓고 변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럼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를 웬만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웬만한 것에 대한 수위는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오랄 섹스는 변태 행위이고 동성애도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가 하면, 편의점에서 오랄용 콘돔을 팔고 항문 섹스를 돕기 위한 윤활제나 왁스 플레이(촛농을 사용하는 SM의 일종)용 저온 초를 브랜드까지 따져 가며 고르는 문화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 오랄 섹스를 하는 사람을 변태 취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각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문화권에선 최근 들어 일반화하고 있는 항문 섹스, 거시기 털 밀기, 성인 용품을 사용하는 일등에 관해 호의적이지 못한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는 계속 변해 간다. 그와 함께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침실 속 사정을 점점 더 훤히 알 수 있게 된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우리 신랑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라고 안심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성문화의 발전과 다양화가 쾌락에 빠져들수록 더욱 강한 쾌락을 찾게 되는 인간의 속성 탓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볼 때 그것은 가리워진 부분이 점차 들어날 뿐이다. 세상에는 스와핑을 즐기는 여자들이 있는 반면 야동 보며 자위하는 남편을 변태라고 몰아붙이는 여자들이 있다.
어떤 여자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 성행위가 어떤 여자들에겐 충격과 경악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섹스 중 남편이 하는 짓이 자신에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로 상태를 변태로 단정 짓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면 남자는 용서를 빌고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있지만 점점 부인과의 섹스를 지루해 할 것이 뻔하다.
남자든 여자든 서로의 취향을 인정하고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말 메스껍거나 폭력적이거나 도저히 내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싶으면 애초에 시작을 말거나 헤어지는 게 옳다. 하지만 공포감에 질려 "내 남편 혹시 변태가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내 섹스 기준에 맞추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남들이 변태라고 하면 헤어질 것인가? 혹은 남들이 괜찮다고 하면 싫어도 억지로 참을 것인가? 결국 판단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폭력이나 강압 없이 합의 아래 이루어지는 행위라면 이 세상에 변태는 없다고 생각한다. 함께 즐겨 보려는 노력 이전에 사회의 통념에 의지하면서 내 남편이나 부인을 변태다 정상이다 판가름하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이연희는?
즐거운 딸들의 커뮤니티(www.foxylove.net) 운영자.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 foxy@foxylove.n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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