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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건강보험과 임대주택제도
독신자와 다양한 생활공동체의 권리 침해


윤정은 기자
2007-06-15 04:35:32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건강가정’이라는 이름 하에 가족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줄곧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주요 논리는 “정부의 정책이 특정한 가족모델(정상가족)을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가족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족에 관한 발칙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워크샵이 열렸다. 11일 민주노동당과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주최한 이 워크숍에는 약 50여명이 참석해 “가족 개념을 다시 구성”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건강보험, 혈연과 성별에 따라 다른 기준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건강보험과 임대주택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건강보험에 포함된 “가족, 부양자-피양자 체계”를 보면 “혈연가족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며, 호주제 원리에 따라 기혼남성과 기혼여성에게 각각 그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기준은 “호주제 폐지에 따라 사라져야” 하거나, “성별과 무관하게 가족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인권법제연구센터장은 “피부양자 자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동거’ 여부가 주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인데, 동거하지 않는 상태라 할지라도 혈연관계가 있으면 일정조건 하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인의 경우는 피부양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영씨는 형제자매에 관한 부분에 ‘결혼한 자매 제외’라고 설정함으로써 “결혼한 여성은 소위 ‘출가외인’으로 가족의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부양인정 기준에 있어서 부양의 의무가 있는 직계비속도 모든 ‘남자직계비속’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친손자녀와 외손자녀를 달리 정하고 있으며, 며느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사위는 인정하지 않는 등 성별에 따라서도 부양, 피부양자의 인정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김원정 연구원은 영국의 국가의료보장 시스템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을 예로 들었다. 설명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포함)은 소득과 직업,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무료로 질병 예방부터, 치료, 건강유지, 장기요양에 이르는 포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사회도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와 피부양자,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등으로 수급자를 구분하지 않고, 시민권에 기반하여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의료보장의 수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전환이 어렵다면 지금은 “가입 자격에 있어서 가족(또는 세대)의 범위를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임대주택, 단독세대주는 신청할 수 없다?
한편, 민주노동당 김태운 정책연구원은 임대주택제도 속의 가족 개념을 살펴보면서, “한국의 임대주택들을 규율하는 법령 등의 공통점은 모두 ‘세대’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민등록상의 ‘세대’ 개념을 원용으로 한 주택관련 법령들이 “사실상 그보다 더 좁게 규정함으로써, 1인 가구 혹은 비혈연공동체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

김태운 연구원은 한 예로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친구와 함께 사는 사례를 들면서, 아파트관리실에서 “직계존속끼리만 살아야 한다면서 퇴거하라”고 명령해 피해를 입은 비혈연가족의 경험담이 실린 <일다> 보도를 소개했다. 이것은 “세대 개념을 여전히 가족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주택관련 법령에서는 비혈연공동체의 구성원은 “없는 존재”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연구원은 지방공기업과 서울시조례에 의하여 설립된 SH공사에서 공급한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단독세대주(본인의 주민등록등본상에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인 세대원이 없는 자)는 신청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규정을 들었다. 이러한 규정은 입주자격에서 “1인 가구 및 비혈연공동체에 대한 차별”이고, 이와 같은 차별은 전대 및 양도, 우선 분양에 있어서도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운 연구원은 대안으로 다른 사회의 “주택공간” 예를 들었다. “공동체에 적합한 집합주택,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일본의 타마신도시, 20~30가족을 위한 협동주택, 1인 가구를 위한 협동주택, 2가구 주택 등”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여러 시도들을 임대주택에도 적용”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미국에서는 100~500세대 규모로 도심이나 대중교통, 쇼핑, 의료서비스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위치한 고령자용 주택을 건설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에는 여러 계층의 노인들이 자기능력 및 정부보조로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동반자 관계 등 가족의 범주 확장해야
민주노동당의 두 발제자는 “건강보험과 주택관련 법에서 가구, 세대 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개념들이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한적인 ‘통념’이나 ‘관행’을 그대로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지고 있으며, 특히 의무가 아닌 권리 주체를 명시할 때는 “매우 좁은 의미의 가족 관계가 전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민법 등 가족 관련 기본 법률 상 가족의 정의와 범주를 확장하는 것과 함께, 개별 법률에서 정의하는 가족과 그 유사한 개념들을 반드시 통합적으로 재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여성인권법제연구센터장도 “실질적 생활공동체이자 삶의 동반자 형태의 결합은 현실 속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법 제도 속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변화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워크숍은 2006년 민주노동당, 친구사이, 연분홍치마와 여성.가족 연구자, 변호사 등이 함께 구성한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이 그 동안 진행한 논의결과를 발표한 자리였다.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은 하반기에 “생활동반자 관계를 민법 등 가족관련 법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해소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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