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번엔 ‘게이 시위’
집회자유 요구… 극우파와 충돌 폭력사태 빚어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민주화를 요구하는 잇단 시위와 강경진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번엔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동성애자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로이터통신은 27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동성애자 수백명이 모여 게이 퍼레이드를 열 권리를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시청 앞에 모여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
당초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시위는 보수적인 러시아 정교회 신도들과 극우파들이 몽둥이를 들고 나타나면서 폭력사태로 비화됐다.
극우파들은 동성애자들을 집단 구타하며 폭력을 자행했고, 동성애자 권익 옹호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크게 다쳤다. 극우파들은 “모스크바는 소돔(성서에 나오는 퇴락한 도시)이 아니다” “호모들은 죽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유혈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동성애자 10여명만을 체포, 사실상 극우파의 폭력을 비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는 1993년 동성애를 금지한 법 조항을 폐지했으나 러시아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인 정교회 교단에서는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이 퍼레이드 같은 행사가 열리는 것에도 극력 반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체첸 문제나 동성애 문제 등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극우파들의 폭력을 방기하면서 민주화·자유에 대한 요구를 억압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크렘린식 민주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날 시위로 인해 러시아와 유럽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체포된 이들 중에는 동성애자 권익 향상을 요구해온 유럽의회 영국 의원 피터 태철도 포함돼 있어, 러시아와 영국 간 외교 갈등 조짐마저 일고 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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