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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3-05-09 () 31면 1910자  

[기고];동성애는 정신병 아니다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명문으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불리던 동성애자의 인권보호에 관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상근공무원으로 여성 동성애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기반이 미약한 것을 감안해보면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렇지만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조항이 생긴 지 1년 반이 넘도록, 실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징후는 보이지를 않고 있다. 지난달 10대 동성애 청소년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 청소년은 주변의 따돌림과 멸시를 견디지 못하고, 이 땅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내일청소년상담소가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100명 중 6명이 자신이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해봤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동성애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로 미루기 힘든 상황이 됐다. 현재까지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으로 인해 동성애자의 행위가 위험하다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는 어떠한 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동성애자가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을 전염시킨다는 비난도 한때 있었으나, 전체 에이즈 감염자 중 동성애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성애자들의 비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이 또한 편견일 뿐 객관적인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사회는 동성애는 이상성욕의 표출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백과사전에는 동성애를 이상성욕 중에서 성욕의 대상으로 동성을 택하는 성(性)대상도착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우리와는 달리 미국정신의학회는 지난 87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일종에서 제외시켰다.

동성애를 이성애(異性愛)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한 형태로 인정한 것이다. 유럽 국가 및 미국에서는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일부 유럽국가 및 미국 일부 주에서는 동성애자의 결혼까지 인정하고 있다.

동성애는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서 단지 다수자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는 성적 일탈도, 사회적인 범죄도 아니다. 동성애도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지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욕구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몇 년 전 방송거부를 당한 한 인기 연예인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이유에 대해 “나니까, 거짓말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잘못한 거 없으니까”라고 했다. 동성애는 단지 다른 생활양식이고 성적 소수자의 문화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도 위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동성애자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성 정체성을 밝힐 경우 가까운 가족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성애자가 성 정체성을 밝히든 그러지 않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제 동성애자를 터부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누리고자 한다. 누구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나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행복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나와 다른 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동성애자들을 배척하지 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반인의 소외와 편견의 대상이 되어온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에 관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사회 전반적인 인식전환 및 인권보호를 위한 합의를 위해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객관적인 실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全 慶 姬 법무법인 대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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