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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 레] 2003-05-27 () 14면 1593자  

동성애자 죽이기는 이제 그만  

지난 5월12일 각종 언론매체는 수혈을 통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완치 방책이 아직 없는 질병에 또 한 사람이 감염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의 책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허술한 혈액 관리체계와 이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아니라, 다른 곳-사회의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에 따른 비난-으로 돌려지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한겨레〉 5월12일치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수혈 에이즈 감염자는 대부분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 동성애자들이 헌혈한 피를 수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는 성접촉을 하고서는 며칠 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헌혈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운동 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하루소식〉 5월15일치를 보면, 국립보건원의 함일우 에이즈 담당자는 현재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보균자 12인 중, 이번 사건을 통해 감염된 2인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이 동성애자의 헌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겨레〉 기사는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병’이라는 그릇된 편견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였던 셈이다.

또한 어떤 신문에서는,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높은 동성연애자의 경우 헌혈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당사자들이 이를 감추고 헌혈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국민일보 5월12일자)고 쓰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 감염 의혹을 두고도 고의로 이를 감추고 헌혈을 한 경우와 단지 동성애자임을 감추고 헌혈을 한 경우는 그 동기와 결과는 양자가 명백히 다르다. 동성애자들이 문진사항에 동성애자라고 답하지 않는 것은, 에이즈에 걸린 것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없는 사회의 차별과 공격으로 인해 커밍아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에이즈가 과연 동성애자만의 문제이기나 한 것인가?

에이즈는 에이치아이브이(HIV)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성접촉을 통하여 전염이 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그렇다면 비단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 바이러스 보균자와 성접촉을 할 우려가 있는 모든 사람이 조심해야 할 전염병인 것이다. 실제로 국립보건원 쪽이 발표한 통계치에는 전체 감염자 중 성 접촉에 의해 옮은 1613명(2003년 3월말 기준) 중 338명(20.4%)은 국외 이성, 777명(47.0%)은 국내 이성, 498명(30.1%)은 동성과의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에 동성애자들에게 주로 발병했던 것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이성간의 성접촉에 의한 에이즈 발병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따라서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범인 양 몰아가는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더욱 더 조장하는 결과를 낳음은 물론, 문제의 초점을 흐려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로 하여금 에이즈에 대한 예방을 소홀히 하도록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소수자 인권침해와 관련한 언론의 성숙한 보도태도를 기대하며, 또한 에이즈 예방을 위한 핵산증폭 검사법(NAT) 등 선진기술 도입을 촉구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힘써줄 것을 요구한다.


윤지효, 전아람, 최기원, 홍진영/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인권법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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