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title_Marine
아류 2003-12-10 06:17:21
+4 77
한 3주간 열나게 준비한 브리핑이 드디어 끝났다.
교수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
역시!
교수들은 정말 쓸데없이 말"만" 많다.

학교다니면서 국민학교 담임선생님 두분 빼놓고서는 워낙 선생들하고 안친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교수들도 마음에 안들긴 매한가지다.
가끔은 그들은 교육자로서의 의식보다는 그저 직업으로서 만족하고,
거기서 고만고만한 애들에게 갖는 권위에 만족하고 사는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어쨌든 그래서 과장님이 팀원들 수고했다고 오늘은 브리핑 끝나자마자 다들
들어가서 쉬란다.

그래서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기로 해서, 우선은 논현동에 있는 건설기술인협회에 가서
경력 추가 신고를 하러갔다.
오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길바닥에 차 많이들 돌아다니대...

그리고는 집 수리하는데 큰누나한테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돈두 못내놓고,
별로 쓸모없는 아들 역할만 한것 같아서, 큰누나 방에 걸 그림이나 하나 사러
아트프린트를 파는 곳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니 그나마 조금 걸만한 건 24만원 정도는
줘야 한단다. ㅡ.ㅡ;
어쨌든 누나가 마음에 들어하면 하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신세계에 들어갔더뉘
세일을 하네...
어머니께도 매일 용돈이나 타다 쓰고, 군대 있을 때보다 돈도 못벌고,
옷가지며 생필품도 사주시는 불쌍한 울 엄뉘...
아들내미라고 하나 있는 것이 능력도 엄써서...
어쩄든 지난번에 보니깐 재작년에 큰누나가 사준 지갑을 잃어버리셔서
지갑을 하나 사셔야 한다고 하시길래, 큰맘먹고 지갑하나 샀다.
나야 아직 젊기도 하고, 내 수준에는 3-4만원짜리면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것은 좋은 걸로 사드려야쥐...
앞으로 한 두달은 손가락 빨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보니 그래도 6시네...
신이시여~~~ 이 시간에 퇴근을 한 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잠쉬 씻고 밥을 먹었더니, 지난 토요일날 있엇던 중학교 친구넘의 집들이가
생각이 나네...
그 친구는 집안이 워낙 예전부터 방배동 유지였었기에, 졸업하고서도
별 취직 걱정을 안하며 이것 저것 그저 놀고 있었다.
중학교 때 기억으로는 그 친구 아버님도 매일 우리 삼호 아파트 앞의 부동산에서
늘 장기를 두셨었던 기억이...
어쩃든 올해 아버님이 방배역 근처에 가게를 하나 내주셔서 하다가,
지난 달에 행정고시를 합격하고는, 3주전에 바로 결혼을 했다.
마누라는 다들 같이 아는 동네 친구이자 초등학교 동창...
그 동네에서 떨어져 나온 건 나랑 지금은 인턴 의사인 친구 녀석 하나...

어쩃든 그 친구는 결혼하자 마자 방배역의 아주~~~~ 조그만 35평에
3억 6천짜리 아파트를 부모님이 얻어줘서 신방을 차렸다.
사실 많이 부럽기도 하고, 한달에 65만원씩 적금 부어가며 1년에 천만원 만들어서
부모님한테 손안벌리고 유학자금 모으기가 목표인 내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잡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집안일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턱에 낀 물때, 씽크대의 물때자국, 가스레인지의 기름 때,
이불과 침대 시트의 얼룩...

그래서 지금까지 방 청소하고, 가구들 닦고, 이불 빨래하고, 화장실하고, 씽크대 청소하고
냉장고 청소까지 했다.
그래도 9시가 안됐어....ㅠ_ㅠ
이시간에 집에 오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구나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과연 이렇게 뼈빠지게 일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라는 생각도 들고...
운 좋은 사람은 어디가나 잘 풀리게 마련이고, 재수없이 일복만 타고 난 사람은
개처럼 일만 하다가 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연말은 다가오는데 연초에 이것저것 벌려놓기만 많이 하고 제대로 한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참~~~~ 심난한 밤이다...
이래서 그나마 일이 있으면 좋다고 하는 걸까?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 2003-12-10 오전 11:42

넌 아무래도 워커홀릭 같구나.
일에서 느끼는 행복, 쉽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보람된 일이겠지..
몸은 항상 바쁘게 놀려도 영혼은 늘 여유있는 니가 되었음..

2003-12-10 오후 22:27

고생했다.
손가락 열심히 빨거라.

아류 2003-12-11 오전 04:07

언뉘 이모가 김치 가져다 주셨다.
너무 많이 가져오셔서 다 못먹을 거 같으니까, 담주에 수영갈 때 한 두어포기 가져다 줄께.

한군 2003-12-11 오전 10:06

저도 워커홀릭 이라는 소리 들어가면서 친구도 못 만나고 놀러도 못 댕기고 거의 올 한해를 일 과 함께 보내 보니까요..끝 마치고 난 후에 드는 공허감 이나 허탈감 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데 한몫 하는것 같애요..일 말고 다른 것을 통해서 존재감을 느끼시면 도움이 조금 되지 않을까 싶네요..저는 주로 오락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나쁜 감정은 빨리 털어 버리시길~~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