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간다기에.. 한번 올려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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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찾은 첫 번째 이유, 소양호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보았던 춘천은 다소 촌스러운 영상 때문인지 매우 소박하고 생경하게 비춰졌다. 춘천이라는 곳에서 3년이나 살아본 내게도 낯설게 느껴졌다면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춘천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터.
하지만 청평사 가는 길은 푸근하기만 한 소양호와는 달리, 왜 그리 척박하고 황량해 보이는지. 시간이 지나면 깨끗하게 정비가 되고, 다니기 좋게끔 변하는 것이 이치인 줄 알았는데, 청평사 가는 길은 그대로였다. 조금만 뛰어도 금세 뿌연 바람을 일으키는 비포장 도로와 4~5년 전에 보았던 버려진 배 한 척. 대학 시절, 배낭 짐을 싸 들고 이 길을 걸어왔을 때와 비교해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청평사까지 육로로 갈 수도 있지만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양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춘천에 와서 소양호를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는 소양호 선착장 부근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젠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용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자주 있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생각보다 이 곳을 찾는 이가 많아 늑장을 부리면 주차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버스를 타고 구불거리는 길을 5분 남짓 올라가면 소양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른다. 지대가 높아, 말하자면 전망대 격이다. 한참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 뚫릴 것만 같다.
실제로 배를 타지 않더라도 단지 소양호만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 촘촘히 늘어선 포장마차촌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빙어튀김 한 접시와 따끈한 오뎅 국물 한 그릇에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다.
소양호 유람에 버금가는 청평사 가는 길
배를 타려면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원래는 1시간에 한 대지만 주말이나 사람이 많을 때에는 30분에 한 대꼴로 움직인다. 차는 실을 수 없는 작은 통통배다. 10여 분 정도만 거슬러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내보다는 밖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선착장에서 청평사 입구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청평사는 오봉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매표소에서 산길을 30분 가량 올라가면 청평사에 이를 수 있다. 날이 많이 풀리기는 했어도 산책로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다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솔직히 말해, 청평사는 사찰의 운치보다는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넌 뒤 야트막한 산행을 즐기는 재미가 더 크다. 1,000년을 넘긴 고찰이긴 하지만 한국전쟁 때 화재를 겪은 후엔 심하게 쇠락한 상태다.
고려 광종(973년)때 승현선사가 처음 세웠으나 폐사되었고 그 후 고려 선종 6년(1089)에 이자현이라는 선비가 관직을 버리고 들어와 은둔하며 주변에 대규모의 자연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당시 이름은 문수원. 그 후 조선 명종 때 보우대사가 청평사로 개칭하게 된다.
청평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회전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문이 정말 도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 유래를 듣고 나면 쉽게 이해가 간다. 얘기인즉슨, 상사병으로 죽은 청년이 뱀으로 환생해 사랑했던 처녀의 몸을 돌돌 말자, 이 처녀가 뱀을 데리고 청평사로 와 ‘절 앞에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처녀가 들어가자마자 천둥 번개가 쳤고 겁이 난 뱀은 문을 돌아서 도망쳤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 문은 회전문으로 불리게 되었다.
청평사까지 오는 길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정작 청평사는 많이 변했다. 초라하지만 소박한 회전문과 그 사이로 슬며시 보이던 대웅전은 사라지고 대대적인 보수를 한 상태. 고증을 거쳐 본래 모습에 가깝게 재건하는 과정이라 조금은 어수선하다. 옛 모습으로 재건한다는 말에 반갑기는 하지만 소박한 그동안의 모습을 볼 수 없어 한편으로는 아쉽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
소설 ‘봄봄’ ‘동백꽃’으로 추억되는 김유정(1908~1937). 그의 문학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문학촌( www.kimyoujeong.org )이 춘천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8월 6일 일반에 공개된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 곳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춘천. 정확히 말하자면 춘천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신동면 증3리다. 가까운 곳에 경춘선 신남역이 있다.
그는 종종 자신의 고향을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뺑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속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고 회고했다.
문학촌 내에는 그의 생가를 비롯하여 그의 생애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생가와 기념관, 연못과 정자 등이 들어서 있다. 그렇지만 이곳이 문학적 명소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문학촌 주변의 마을에서 그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촌 앞으로 자리한 마을이 바로 그의 고향, 실레 마을. 이 마을에는 ‘봄봄’의 봉필 영감네 집, ‘만무방’의 노름터, ‘산골나그네’에서 나그네가 찾아 들었던 덕돌네 주막터 등을 답사할 수 있다. 봉필 영감네 집은 신동면사무소 뒤편에 자리해 있다. 배참봉댁 마름으로 나오는 김봉필은 실레 마을에서 욕필이로 통했던 실존 인물. 이곳은 데릴사위가 점순이와 성례를 안 시켜 준다며 장인과 드잡이하던 곳으로 김유정이 야학 제자들과 팔미천에서 목욕하고 돌아오다가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을 메모해 두었다가 ‘봄봄’을 썼다고 한다.
김유정 생가는 그의 조카 김영수 씨와 금병의숙 제자들의 고증으로 복원됐는데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부엌, 곳간으로 구성된 ‘□’자 형태의 집이다. 몇몇 민속품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그의 생가에는 소설가인 최종남 씨가 실제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생가 옆에 자리한 단층 기와집은 김유정 기념관이다. 전시관은 크지 않지만 유품과 작품을 포함해 그의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곳.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생애를 정리한 영상물을 상영한다. 관람 전에 이곳에서 잠시 설명을 듣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김유정의 손때가 묻은 유품은 현존하는 것이 드물어 호적등초본, 학적부, 사진 등과 함께 31편의 소설과 수필 등이 발표된 각종 문학지와 잡지를 전시했다. 당시의 출판문화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허브캠프농원
춘천시 북산면에 자리한 허브캠프농원에 가면 남들보다 먼저 봄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허브캠프농원은 넓은 허브농원과 예쁜 카페로 이루어진 춘천의 새로운 명소. 봄과 가을에 가장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온실에서도 재배를 해 연중 허브를 만날 수 있다.
범부채, 금꿩의 다리를 비롯한 50여종의 자생화와 라벤더, 애플민트 등 80여종의 허브를 키우고 있는데, 맘씨 좋은 농원 주인은 눈으로만 보지말고 꺾어서 향도 맡고 맛을 보라며 갖가지 허브를 권한다. 전문가로부터 허브의 효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온실에선 판매용 허브를 키우고 있어 다른 곳에서보다 저렴하게 허브를 살 수 있다. 농원에 자리한 카페에서는 직접 재배한 허브차를 비롯해 허브 찜닭 등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통나무집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허브차는 3,000원 선. 4인이 먹을 수 있는 찜닭은 3만원 선이다. ☎ 033-244-0764 www.herbcamp.co.kr
여행정보
·청평사 가는 길: 경춘국도를 이용, 춘천에서 소양댐까지 간다. 소양댐 입구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갈 경우, 춘천역 바로 앞에서 12-1번 버스를 타거나 명동 인성병원 앞에서 11번, 12번, 12-1번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청평사행 배는 30분 혹은 1시간에 한 대 출발한다.
소양댐 선착장 ☎ 033-242-2455
·청평사행 도선료: 중학생부터 3,000원, 초등학생은 2,000원(왕복 기준)
·청평사 입장료: 1인당 2,000원
·먹을거리: 소양댐에서 세월교(일명 콧구멍다리)를 지나 나타나는 동면파출소 부근에 ‘감자골막국수’집이 있다. 강원도 전통음식인 촌떡과 감자전, 막국수가 일품이다. 촌떡, 감자전, 촌두부 3,000원, 막국수 3,500원, 묵사발 4,000원. ☎ 033-242-7474
·김유정문학촌 가는 길: 서울 청량리역 또는 성북역에서 경춘선을 이용, 신남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역에 내리면 우측에 김유정 문학촌을 가리키는 주황색 표지가 걸려 있으며 이곳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한다. 신남역에는 매일 오전 오후, 각 세 차례씩 기차가 선다.
·관람요령: 오전 9시∼오후 6시, 겨울철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무료.
[출처 : 매일경제 발행 「시티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