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가 추천하는 12월의 책 :
<진화의무지개> (지은이 조안 러프가든/옮긴이 노태복, 뿌리와 이파리, 2010)
"자연스러운 것들의 자랑스런 복귀"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별 성과도 없었다는 G20 해프닝이 쓸고 간 자리에 인권의 탄압과 동성애혐오집단들의 범죄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혐오 근저에는 동성애란 ‘도무지 자연스럽지 않다.’는 맹신이 깔려있습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운 다윈의 진화론, 적자생존의 법칙, 이성애중심주의를 아무 의심 없이 체화시켜버린 탓이기도 하겠지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생물학교수인 진화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의 책 <진화의 무지개>는 다윈적 세계관을 뒤집을 수 있는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기존 진화론의 성선택을 비판하며 ‘사회적 선택’이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데,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 모두에서 나타나는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젠더의 다양성이야말로 종을 유지시키고, 진화를 추동하고 인간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합니다.
1부 ‘동물의 무지개’에서 저자는 여러 동물 집단의 예를 들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성의 다양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암수의 법칙’라고 믿고 있는 것은 실제 자연현상의 일부분에 불과 하며 그동안 이성애중심주의자일지도 모르는 학자들에 의해 가려지고 외면 받아 온 것이라 말합니다.
2부 ‘인간의 무지개’는 인간의 성물학적 성결정과정과 젠더정체성, 성적지향성 등이 결정되는 과정들을 유전학, 생물학, 생리학적 관점 뿐 아니라 심리학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와 반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3부 ‘문화의 무지개’는 인간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다양한 젠더/젠더표현의 세계를 수집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인도의 히즈라에서부터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이분법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체성의 사례들, 또한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와 문화 속에서 성정체성, 성적지향이 어떻게 긍정되거나 부정되었는지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친구사이는 <진화의 무지개>를 2010년 마지막 달에 추천하는 책으로 정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동성애혐오세력들에게는 반성을, 그리고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하는 성소수자들에게는 확신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물과 인간의 다양성’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은 새롭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애써 부정당하고 외면당해왔던 ‘자연스러운’ 것들의 ‘자랑스러운’ 복귀일 뿐이겠지요.
# Tip : 600페이지라는 분량의 압박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책은 비전문가가 읽기에도 쉽게 설명되어 있고, 곳곳에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아무 페이지나 선택해서 짬짬이 읽어도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게다가 표지엔 마치 원서처럼 외국말이 '